[And 방송·문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 9년 만에 신작
유머와 따뜻한 분위기로 웃음 선사
르네 젤위거-휴 그랜트 ‘찐친’ 연기
9년 만에 돌아온 브리짓은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지만 새로운 사랑을 통해 힘을 얻는 브리짓의 모습은 관객들에게 기분좋은 웃음을 선사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인간의 언어는 60만 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을 표현할 수 있는 정확한 단어는 없다.”
인권 변호사로 일하던 남편 마크(콜린 퍼스)가 아프리카 수단에서 폭탄 테러로 사망한 지 4년이 흘렀다. 친구들은 다시 연애하라고 다그치지만 브리짓(르네 젤위거)은 혼자서 아들 빌리와 딸 메이블을 키우며 무기력하게 살아간다.
마크의 생일날 아이들과 함께 소풍을 나갔던 브리짓은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못 내려오는 아이들을 구하려다 새로운 인연을 마주친다. ‘이왕 사는 거 제대로 살라’던 아버지의 유언을 떠올린 브리짓은 방송국에 복직한다. 하지만 오랜만의 회사 생활과 연애에 들뜬 기분도 잠시, 뭔가 꼬여가기 시작한다.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대표적인 로맨틱코미디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9년 만에 시리즈 네 번째 작품으로 돌아온다.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주인공들의 외모는 예전 같지 않지만 이번에도 영화는 ‘로코의 미학’을 잘 살려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늘 곁을 지키는 가족, 오랜 친구들,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사랑으로 다시금 살아갈 힘을 얻는 브리짓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기분 좋은 웃음을 선물한다. 제작사인 워킹타이틀 특유의 유머와 따뜻한 분위기도 담겼다.
시리즈를 통해 20년이 넘는 긴 시간 한결같은 캐릭터로 사랑받아 온 르네 젤위거는 흐른 세월만큼 깊어진 눈빛으로 나이 든 브리짓을 연기한다. 르네 젤위거는 “친구들은 아직도 나를 본명이 아닌 브리짓으로 부른다”며 “ 브리짓과의 재회는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 같다. 가상의 캐릭터지만 관객과 같은 속도로 삶을 살아가는 건 뜻깊은 일”이라는 뭉클한 소감을 밝혔다.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으로 시리즈의 재미를 이끌었던 르네 젤위거는 육아와 커리어, 연애 등 해결 과제가 쌓인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현실적인 연기를 펼친다. 떠나간 남편 생각에 눈물짓다가도 말썽쟁이 남매 틈새에서 “5분 만이라도 혼자 있고 싶다”고 외치는 엄마의 모습, 20대의 새 남친과 알콩달콩 연애하는 모습을 동시에 선보인다.
2일 개봉한 공포 영화 ‘헤레틱’에서 광기 어린 인물로 연기 변신을 보여준 휴 그랜트는 친숙한 다니엘의 얼굴로 돌아왔다. 다니엘은 여전히 브리짓에게 ‘19금 농담’을 던지고 바람둥이 기질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브리짓을 사이에 두고 마크와 지겹게도 싸우던 다니엘은 이제 브리짓이 외출할 땐 든든한 삼촌으로서 아이들을 봐주고, 브리짓에게 마음속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세월을 나누며 ‘찐친’이 된 두 사람의 모습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팬들에게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
휴 그랜트는 이번에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는 “다니엘은 연기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라며 “브리짓과 다니엘은 이제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이다. 한때 연애 감정이 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들을 장난스럽게 풀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시리즈의 원년 배우들과 새로운 얼굴들을 버무려 익숙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빌리의 담임 교사 월리커(치웨텔 에지오포), 브리짓의 새 남자친구 록스터(레오 우달)가 마크의 빈자리를 채우며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16일 개봉, 러닝타임 125분, 15세 이상 관람가.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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