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가상자산 전략자산화에 따른 대응 시급성 강조
달러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처 고민, 승부처 만들어야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미국 빅테크 기업이 코인이나 토큰을 만들어 배포하거나 판매한다면, 한국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미국의 정책 변화를 우리가 거부한다고 해도 이를 차단하기는 어렵습니다.”
민병덕 의원(더불어민주당)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은 오는 11일 열릴 ‘제1회 이데일리 가상자산 포럼’을 앞두고 진행한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급변하는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TO·스테이블코인 , 자율성과 유연한 정책이 핵심
민 의원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과감히 철폐해야 하며, 미국의 움직임이 국내에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신속히 검토하고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 중 유일하게 가상자산 입법과 정책을 주도해온 인물로, 지난해에는 토큰증권(STO) 발행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민 의원은 “금융위원회가 STO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자본시장과 STO의 자율성 측면에서 이 주장이 타당한지 충분한 검토 없이 발표되는 것 같다”며 “금융당국은 치열한 토론 없이 단순 브리핑에 그치고, 국회 토론회에서도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새로운 금융상품을 허용할 때 기존 금융의 틀에만 갇혀서는 혁신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주식 리딩방은 투자자문업 관련 법령으로 규율되고 있지만, 이를 그대로 디지털 자산에 적용하는 것이 과연 최선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지금, 우리의 금융혁신 수준도 함께 점검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민 의원은 정책 도입 시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도록 종합적이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자산을 전략적으로 비축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이를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한 핵심 도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역시 그 흐름에 동참할지, 아니면 관망할지를 결정해야 한다”며 “미국이 가상자산을 전략자산으로 활용할 경우, 이는 한국 경제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특히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 동시 출현할 경우, 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를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하고, 전략적 승부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BDC는 시장이 결정… 디지털자산 자율성 보장과 용어 정비 시급
정부 주도로 추진 중인 디지털화폐(CBDC)의 향후 경쟁력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결국 시장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의원은 “지난 1일부터 한국은행과 시중은행이 디지털화폐 테스트 ‘프로젝트 한강’을 시작했다”며 “정부 주도 CBDC는 결국 국내외 다양한 디지털 자산과 경쟁하는 구도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승자는 정부나 국회가 아니라 소비자, 투자자, 시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준비 중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역시 블록체인 기반 자산의 개발, 상장, 거래, 활용 전반에 걸쳐 ‘자율성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민 의원은 “디지털 자산의 구매·투자·신탁 등 관련 제도에서 산업과 투자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비트코인 현물 ETF, STO, CBDC, 탈중앙화금융(DeFi), NFT, 스테이블코인 등 신규 금융상품의 허용 여부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올 상반기부터 가상자산거래소의 비트코인 매도 및 현금화가 가능해졌지만, 제도 변화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면서 “산업의 성장을 막는 장애물이 정치권이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 의원은 ‘가상자산’이라는 용어 대신 ‘디지털자산’으로의 용어 개정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당시 ‘가상통화’, ‘디지털자산’, ‘암호자산’ 등 다양한 용어가 있었지만 결국 ‘가상자산’으로 통일됐다”며 “가상이라는 표현은 마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오해될 수 있어, 산업적 가치를 명확히 전달하려면 ‘디지털자산’이라는 명칭이 더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김아름 (autum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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