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석탄 대전환①
[편집자주]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2036년까지 국내 석탄화력발전소 59기 중 28기를 폐쇄할 계획이다. 탄소 중립, 무탄소 에너지 전환, 지속가능한 발전 에너지 확보는 전세계적으로 피할 수 없는 과제이자 숙명이다. 이와 함께 정의롭고 공정한 에너지 전환도 주요 화두로 떠오른다. 관련 산업계의 기술 전환과 인력 활용, 발전소 주변 지역과의 화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일정/그래픽=김지영
탈석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탈석탄 이행을 위해서는 세계 최대 발전원이자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의 감축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단순히 전기만 생산하는 시설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경제를 먹여 살린다.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실업, 지역 경제 침체 등은 간과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정의로운 전환'에 대해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등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방향"이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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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보령·태안에서만 5.5조 피해 우려…"지역격차 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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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서부발전의 태안화력 1호기가 올해 말 폐쇄된다. 이어 2026년 3기, 2027년 5기 등 2036년까지 59기의 석탄화력발전소 중 28기가 문을 닫는다.
2023년 기준 석탄발전량은 1억7926만㎿h(메가와트시)로 한해 총 전력생산량의 30% 수준이다. 기저전원으로서 오랜 역할을 해왔지만 탄소중립과 친환경 발전을 위해 폐쇄 수순을 밟는다.
15만평 규모의 발전소 부지 활용, 관련 인원과 산업, 지자체 발전 등 복잡한 문제가 표면 위로 드러난다. 발전소가 하나 문을 닫으면 발전소 근로자들만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다.
협력업체 근로자와 지역 상권의 자영업자들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인구감소가 나타나고 지역경제는 위축된다. 이런 문제를 최소화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자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이다.
석탄화력발전 발전용량 전망/그래픽=김지영
특히 폐쇄 발전소 대부분이 태안, 보령, 당진 등 충청도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해당 지역의 경제 위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토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당진1~4호기를 폐쇄할 경우 2조3349억원의 국내총생산(GDP)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보령 5·6호기와 태안1~6호기의 폐쇄는 각각 1조5865억원, 1조5522억원의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추정된다. 세 지역에서만 약 5조5000억원의 피해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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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LNG 대체해도 일자리 1만3000개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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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화력발전 폐쇄 및 LNG 발전 전환에 따른 고용유발효과/그래픽=김지영
고용 우려도 크다. 석탄화력발전소는 폐쇄 이후 LNG 연료 발전소로 대체된다. 하지만 대체 LNG발전소는 보령 5호기만 해당 지역에 건설되고 나머지는 타 지역에 건설 예정이거나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폐쇄 지역의 실직 근로자가 다른 지역으로 오롯이 옮기기는 쉽지 않다.
권우현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은 "석탄발전소와 LNG발전소의 직무별 인력구성이 상이하기 때문에 동일지역에 동일한 용량의 LNG발전소가 건설된다 하더라도 전환이 불가한 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로 인해 2030년에는 2019년 대비 1만6000명의 고용을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대체 LNG발전소의 신규 가동은 이 기간 3000명의 고용 증대 효과가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1만3000명의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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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화력발전 폐쇄지역 특별법' 발의…'정의로운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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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 /사진제공=한국서부발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회에는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지역에 대한 지원 내용 등을 담은 특별법 제정안이 여러개 발의돼 있다.
법안마다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지원기금 설치 △폐지지역에 대한 교부세 지원의 확대 △국고보조금 인상 △폐지지역 주민 우선 고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논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석탄발전 전환 로드맵' 수립을 위해 정부, 지방자치단체, 화력발전 5개사 등이 참여한 협의체를 운영 중이다. 로드맵에는 석탄발전 폐지 절차와 발전소 부지, 전력인프라 재활용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전환고용안정전문위원회' 회의를 통해 석탄화력발전소 근로자의 고용안정 방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정복 한국서부발전 사장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에너지전환 정책 추진과 근로자, 지역경제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중앙정부에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등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에너지전환이 이뤄지도록 모든 이해당사자와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김사무엘 기자 samue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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