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결론 나오든 혼란 불가피
분열과 갈등에 마침표 찍어야
윤 대통령·이 대표도 승복해야
은현탁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헌법재판관 8명 모두 마음의 결정을 내렸겠지만 선고 당일 판결문이 나올 때까지 그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헌재는 결론을 추측할 만한 그 어떤 단서도 주지 않고 있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별의별 억측과 아전인수식 해석만 난무하고 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는 비상계엄 선포의 절차적 정당성, 위헌적인 포고령 1호,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장악 시도, 정치인·법관 체포 시도 등 5가지다. 이 중 하나라도 위헌·위법적이고 민주적 정당성을 박탈할 정도로 중대하다면 파면 사유가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탄핵 사유 4개 중 2개가 위헌·위법으로 인정됐지만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지 않아 기각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4개 사유 중 1개만 인정됐지만 그 정도가 중대해 파면당했다.
헌재가 내릴 수 있는 결정은 인용, 기각, 각하 3가지다.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관 8명 중 6명 이상 탄핵안을 인용하면 즉각 파면되고, 3명 이상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내면 대통령직에 복귀하게 된다. 법조계는 재판관 전원 일치 8대 0인용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5대 3 교착설'까지 나왔다. 어디까지나 추론일 뿐이고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얘기다.
문제는 헌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을 파면하면 60일 이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 여론은 크게 둘로 쪼개질 수밖에 없다. 기각 또는 각하 결정으로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더라도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소지가 다분하다. 경우의 수 모두 대한민국을 격랑 속으로 빠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탄핵심판의 결과보다는 그 이후의 후폭풍이 더 걱정되는 이유다.
탄핵 심판 이후 여진이 있겠지만 이왕이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당사자인 윤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야 모두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메시지를 내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8대 0으로 인용되지 않으면 크게 사단이 날 것 같은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가 제주 4.3 사건이나 광주 5.18 상황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윤석열이 복귀하는 것은 곧 제2의 계엄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전역이 군사계엄에 노출되고 국민들이 저항할 때 생겨나는 엄청난 혼란, 그리고 엄청난 유혈사태를 대체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복귀하면 승복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내전'이라도 감수할 것 같은 발언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탄핵 촉구 집회에서 재판관 3명을 '을사오적'에 빗대기도 했다. 여권 일각에서 인용이 아닌 기각 또는 각하 의견을 낼 것으로 거론되고 있는 중도·보수 성향의 김복형·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을 향해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공당의 원내대표가 탄핵심판을 심리 중인 헌법재판관 3명을 콕 집어 을사오적에 비유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사자들이 충분히 공포감을 느끼고도 남을 만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헌재의 판결은 분열과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우리 정치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이자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이런 헌재의 판결마저 부인하며 유혈 사태를 불사한다면 민주주의가 설 자리는 없어지고 만다. 비록 늦었지만 헌재의 선고 이후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부터 즉각 승복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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