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양원모 기자] '치매 유전자'보다 '가족력'이 더 위험하다는 경고가 나왔다.
18일 저녁 MBN '엄지의 제왕'에서는 '가족도 옮는다 - 치매의 대(代)를 끊는 법'이라는 주제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음식과 운동법을 살펴봤다.
치매 인구 100만명 시대. 한 대학교 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배우자가 치매일 경우 치매에 걸릴 확률이 무려 74%에 이른다고. 배창황 내과 전문의는 "부모 중 한 명이 치매 병력이 있으면 자녀가 치매에 걸릴 위험이 72%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은아 신경과 전문의는 "치매는 가족과 본인도 모르게 어릴 때부터 같은 환경, 같은 스트레스에 노출됐기 때문에 치매 위험 인자를 같이 공유한 세월이 길다"라며 "그만큼 더 잘 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실제 환자들 사례도 소개했다. 이 전문의는 "할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고 있는데, 할머니가 불만이 컸다"이라며 "'남편이 계속 같은 말을 해서 짜증난다'고 투덜대기에 좀 이상해서 검사해봤더니, 놀랍게도 할머니의 기억력이 할아버지보다 더 나빴다"고 전했다.
이 전문의는 치매 발병에 유전 만큼 환경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의는 "숫자상으로 보면 가족력 있고, 유전자가 있으면 치매에 더 많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다"며 "(그런데) 실제로 (환자들 중에는) 가족력 있는 분보다 없는 분이 더 많기 때문에 환경적인 면이 더 많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에선 14년 차 치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신승희(59) 씨 사연이 소개됐다.
신 씨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엄마 밖에 없었다. 엄마는 여장부고, 유일한 어른이었는데 (치매 진단을 받고) '어떻게 우리 엄마가 치매에 걸릴 수 있어?' 싶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고 떠올렸다.
신 씨는 "어머니가 (언제부턴가) 2~3일에 한 번씩 새카맣게 냄비를 태웠다. 또 분노 조절이 안 되기 시작했다. 화가 많이 올라오고, 의자나 가방을 집어던졌다"며 "화를 내고 2~3시간 정도 지나면 본인이 그렇게 했다는 걸 잘 모르시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첫째 언니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암 선고를 받고 6개월 만에 급속 악화됐다"며 "그런데 어머니는 모른다. 아직 살아있는 줄 아신다. 딸을 못 알아보더라. 엄마에게는 아픈 딸에 대한 기억이 없는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양원모 기자 ywm@tvreport.co.kr / 사진=MBN '엄지의 제왕'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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