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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스마트폰, 랩톱(노트북) 컴퓨터, 반도체 장비 및 부품 등 주요 전자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예외 적용하기로 하면서 삼성전자,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안도의 한숨을 돌렸다. 다만, 이번 관세 유예가 일시적일 수 있어 불확실성이 해소된 상황은 아닌 만큼 IT 업계에서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특정 물품의 상호관세 제외 안내'를 공지하고, 스마트폰을 포함해 랩톱(노트북) 컴퓨터,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컴퓨터 프로세서, 메모리칩 등을 약 20개 전자제품 품목을 상호관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스마트폰 제조사 등 IT 기업들이 상호관세로 타격을 받을 위기에 몰리자 한발 물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스마트폰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품목인 만큼 미국 국민들의 물가 상승 체감도가 높아져 소비가 위축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면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미국이 중국에서 가장 많이 수입한 품목은 스마트폰으로 총 417억달러(약 59조원)에 달한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합류했고, IT 기업 CEO들도 취임식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기도 한 만큼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됐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조치로 자사 제품의 80~90% 가량을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애플이 125%에 달하는 대중 관세율 부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됐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국 관세에서 스마트폰 등을 제외했다"면서 "이번 조치가 유지된다면 이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술업계의 첫 승리로 기록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의 40~60%를 베트남(미 상호관세 46%)에서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의 상호관계를 90일 유예하기로 하면서 일단 시간을 벌었다. 여기에 이번 품목(스마트폰 등) 관세 면제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전자는 애플과 달리 미국이 칼날을 겨누고 있는 중국에 생산 공정이 없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사업부(MX)는 이번 미국 결정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스마트폰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IT 쪽은 무관세였던 만큼 아직 달라진 것은 없다"며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CBP의 관세 면제 품목에 메모리칩이 포함된 반도체 업계 역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반도체에 대한 구체적인 관세 부과방침에 대해서는 "월요일(14일)에 답을 주겠다"고 답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며 정부와 보조를 맞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상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트럼프 행정부 무역정책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번 조치가 일시적이고 조만간 다른 방침이 적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펜타닐 유입을 빌미로 중국에 부과한 20% 관세는 여전히 유효한데, 이에 대한 적용 여부도 해석이 분분하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미국은 관세정책으로 자국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겠다고 하는데,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미 빅테크 기업들이 피해를 본다"며 "미 정부는 당장 반도체 관세에 대해 명확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관세 유예를 지속하며 애매한 태도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과 '관세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애플의 생산 외주화 전략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전쟁 표적을 중국으로 삼은 만큼 생산 전략 수정을 고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전뿐 아니라 인도 시장이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인도에 적용된 관세는 26%로 중국이나 베트남보다 낮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인도에서 생산한 아이폰 물량은 총 220억달러(약 31조원·공장 출고가 기준) 어치에 달한다고 관계자가 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0% 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세계 아이폰 생산의 20%가 인도에서 이뤄진 만큼 기술력과 설비 투자 의지, 관세 협상에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인도의 역량 등이 충족되면 저렴한 인도 시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예측이다. 삼성전자 또한 인도 내 생산 능력을 보유한 만큼 인도에서 생산량을 높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공급망 이전에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드는 만큼 시설·인력 부종 등으로 생산 전략을 급격히 변경하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프 필드핵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생산 기지 이전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상당한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며 단기적으로 효과를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해결책 또한 관세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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