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등 스포츠의 미래가치 중 하나가 양성평등
참신한 시도로 K스포츠가 '찐 혼성경기' 선도 사상 첫 여성 IOC위원장이 된 커티스 코벤트리./IOC
대한민국 체육 105년 역사상 처음 '유리 천장'을 깬 김나미 대한체육회 사무총장./뉴시스
# 지난 20일(현지시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커스티 코벤트리(짐바브웨)를 사상 첫 여성 수장으로 선출했습니다. 131년 IOC 역사에서 첫 여성일 뿐 아니라 41세 최연소에, 첫 아프리카 출신 등 큰 화제를 모았죠. 앞서 12일 대한체육회의 유승민 회장은 조직의 ‘넘버2’에 해당하는 사무총장으로 여성 김나미 씨를 선택했습니다. 여성 사무총장은 대한체육회의 전신인 조선체육회를 포함해 105년 역사에 처음이었습니다. 저명한 페미니스트 캐롤 길리건에 의지해 스포츠윤리 교과서는 ‘성평등 스포츠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여성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게 현실화되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 그런데 ‘성평등 스포츠’는 주요직책에 여성이 기용됐다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입니다. 이미 IOC를 중심으로 스포츠의 본질인 경기 자체에 남녀가 함께 하는 종목이 거세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시작은 한쪽 성별만 즐기는 스포츠의 배척이었습니다. 레슬링은 2004년, 복싱은 2012년에 올림픽 여자부를 신설했습니다. 심지어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는 아티스틱 스위밍(예전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에 남성의 출전을 허용했죠. 야구가 올림픽 무대에서 자꾸 쫓겨나는 이유 중 하나가 성평등 가치를 훼손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소프트볼과 손잡는다고 해도 남자만의 스포츠는 야구의 큰 단점입니다.여자들의 야구 도전기를 그린 영화 '그들만의 리그'(1992) 포스터 ㅣ 구글 검색
# 성평등 스포츠는 한 종목을 남녀가 따로따로 하는 것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한 경기장에서 ‘함께’ 해야 더 높은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는 남녀의 생물학적 차이로 인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승마와 일부 요트 경기는 성별 구별이 없기는 합니다. 승마는 사람은 물론 말[馬]의 성별도 따지지 않고, 요트의 ‘매치 레이스’는 몸무게 제한 규정으로 성별 구분이 없습니다. 문제는 대부분 종목에서 성별 기량 차가 크다는 점이죠. 그래서 육상 수영 트라이애슬론의 혼성계주(Mixed relay), 탁구 테니스 배드민턴의 혼성복식(Mixed doubles), 체조 사격 유도 태권도 등의 혼성팀경기(Mixed team events)의 형태로 남녀가 한 공간에서 경쟁하는 스포츠가 점점 퍼지고 있습니다. 좀더 들여다보면 남녀가 따로 겨루는 계주나 단체전에 비해 복식이 더 성평등 가치를 구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육상 1600m 혼성계주 장면 l 세계육상연맹 홈페이지
# 어쨌든 혼성스포츠의 확산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지난해 12월 미PGA 투어와 미LPGA 투어는 혼성대회인 그랜트 손튼 인비테이셔널을 공동주관했고, 최근에는 세계육상연맹이 세계선수권의 인기종목인 400m 계주에 혼성경기를 추가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참에 여성 IOC위원장이 나오고, IOC가 한층 더 성평등의 기치를 높이 올리겠다고 하니 기존 스포츠들은 어떻게 하면 한층 흥미로운 혼성경기를 만들어낼까 고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지어 축구 농구 배구처럼 인기 단체구기종목에서 남녀가 한데 섞여 경기하는 방안까지 고려되고 있습니다. 아직 어떤 성비로, 어떤 룰를 택해야 하는지는 합의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2024 파리 올림픽의 탁구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딴 한국의 임종훈(왼쪽)-신유빈. l 뉴시스
#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네 일상에는 이미 다양한 혼성스포츠가 존재합니다. 어린 시절 남녀가 어울려 공을 찬 기억이 있는 것처럼 축구의 경우 아직 신체발달에 큰 차이가 없는 10세 이하는 성별 구분 없이 공식경기를 치르기도 합니다. 예전 이강인을 낳았던 TV프로그램 ‘슛돌이’처럼 말입니다. 또 어른이 되어서도 각종 야외행사에서 남녀가 어울려 축구 족구 피구 등을 즐겨왔습니다.
또 시니어 스포츠는 다시 유아 스포츠처럼 성 구분이 의미가 없어지기도 합니다. 전문스포츠의 영역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겁니다. '축구는 최소 2명의 여성선수가 피치 위에, 농구는 최소 1명의 여성선수가 코트 위에 있어야 한다. 혹은 여성 선수의 득점을 2배로 계산한다. 배구에선 남성선수는 후위공격만 가능하다. 탁구 단식의 남녀 맞대결은 여성선수에게 3~4점을 미리 부여한다' 등 말입니다. 이는 실제로 우리네 생활체육 현장에서 이미 시도되고 있는 일입니다. 다이내믹 코리아는 이런 거 잘합니다. 각 종목마다 신박한 혼성룰을 만들어 성평등 스포츠 시대를 한국이 선도하면 어떨까, 발칙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