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미국발 악재의 영향으로 31일 아시아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일본 증시는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밝힌 자동차 등에 대한 추가 관세로 인해 미국 경기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투자자들 심리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날 도쿄 주식시장에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전날보다 4.05%(1502포인트) 하락한 3만5617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11일 이후 약 7개월 만에 3만6000 밑으로 떨어졌다.
이날 닛케이지수를 구성하는 225개 종목 대부분이 하락했다. 특히 반도체·정보기술(IT) 종목의 하락 폭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6.57% 하락했으며, 어드밴테스트와 디스코 등도 각각 7.65%, 8.38%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한 자동차 종목들도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는 3.13%, 혼다는 3.07%, 닛산은 4.03%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닛케이지수 급락의 1차 요인으로 미국 경기 우려에 대한 공포감을 꼽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야스다 히데타로 도카이도쿄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를 인용해 “미국 경기가 악화된 상황에서 일본 경기가 긍정적 흐름을 가졌던 적이 없다”며 “수출 종목뿐만 아니라 내수주라도 살 이유를 찾기 어렵다는 시장 인식이 커지면서 부동산주나 철도주도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정부가 예고한 일본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도 시장에 악영향을 줬다. 닛케이는 미국이 이달 2일(현지시간)부터 수입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일본이 최대 13조엔(약 126조원)의 경제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2% 남짓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이는 지난해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인 6조261억엔(약 58조5000억원)이 ‘0’이 된다는 가정에 기반한 것이지만 대미 수출이 10%만 줄어도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1조엔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위기가 자동차 종목에 대한 ‘매도’로 강하게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3월 31일은 일본 기업이 대부분 채택하는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의 마지막 날이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도쿄증권거래소는 기업의 시세조종을 막기 위해 회계연도 마지막 5영업일 동안 기업의 자사주 매입을 깐깐하게 보고 있다. 일본 증시에서는 이를 ‘블랙 아웃 기간’으로 부르기도 한다.
대만 자취엔지수는 이날 2만695.9로 전 거래일 대비 4.2% 하락했다. 지난해 8월 초 이후 8개월여 만에 최저치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이 미국이 대만에 관세를 부과하기 전 미리 매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46% 떨어진 3335.75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 시장(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한 300대 기업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1% 하락한 3887.31로 거래를 마쳤다. 홍콩 항셍지수는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1.82% 내린 2만30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와 관련해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50.5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해당 지표는 5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 확장, 낮으면 경기 수축을 뜻한다. 로이터는 중국 정부가 내놓은 경기 부양책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무역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실물 경기는 안정화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서울 김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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