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4울트라
스마트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지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리퍼비시폰(인증 중고폰) 사업을 시작한다. 일주일 내 반품 처리된 갤럭시S 시리즈를 정가보다 20~30% 할인된 가격에 팔아 국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의 입지를 견고하게 다지고 스마트폰 폐기물을 줄여 순환경제에도 기여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삼성전자는 31일부터 삼성닷컴을 통해 ‘갤럭시 인증 중고폰’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이날 밝혔다. 삼성전자는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일부 국가에서 인증 중고폰을 판매해 왔지만, 국내 판매는 이번이 처음이다. ‘리퍼폰’이라고 불리는 인증 중고폰은 소비자의 단순 변심이나 단순 개봉 등으로 반품된 정상 스마트폰 또는 반품 상품을 일부 수리한 스마트폰을 말한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취급하는 리퍼폰은 온라인 구매 후 7일 내 반품된 플래그십 스마트폰 중 철저한 자체 품질 검사를 거쳐 최상위급으로 판정된 제품들이다. 불량품 판정을 받았거나 사용 흔적이 있어 수리·부품 교체가 이뤄진 일반적인 중고폰과는 차이가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4 시리즈’ 자급제 제품을 우선 판매한 다음 향후 시장 수요와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제품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가격은 기존 새 제품 대비 26만~64만원 저렴하다. 가령 공식 출고가가 115만5000원인 갤럭시S24 기본 모델(256GB)은 88만9900원에, 212만7400원에 판매되는 갤럭시S24 울트라 1TB 모델은 인증 중고폰으로 148만6100원에 각각 구입할 수 있다.
또한 새 제품과 동일하게 애프터서비스(A/S) 보증 기간은 2년으로 제공되며, 삼성케어플러스 파손 보장형 가입도 가능하다. 구매 후 7일 이내 환불 역시 가능하다.
주목할 대목은 추후 ‘갤럭시 간편보상’ 프로그램으로 중고 매입한 제품들도 재판매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대목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해외 중고 스마트폰 판매 라인처럼 확대할 여지는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이러한 행보는 중고폰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고성장한 데 따른 것이다. 신형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 출고가가 200만원을 넘어서는 등 ‘폰플레이션(스마트폰+인플레이션)’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가 많아졌다.
특히 국내에선 알뜰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스마트폰을 완납해 구매하려는 수요도 부쩍 늘었다. 중고폰과 저렴한 알뜰폰 요금제를 조합해 전체 통신비를 낮추려는 실속파 소비자들의 ‘가성비 소비’ 트렌드와 부합한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르도르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중고·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출하량 기준 올해 3억7599만대에서 2030년 5억4255만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7.61%에 달한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은 애플이다. 애플은 주요 해외 국가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자사가 인증한 리퍼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전 세계 리퍼 스마트폰 시장의 56%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점유율은 24%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리퍼폰 판매는 소비자들이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보다 저렴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전략”이라면서도 “소비자가 자사 제품 생태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경험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록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