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첩사, 지휘관 역임 전두환·노태우 사진 지속 게시
국방부, 2019년 만든 규정 적절성 논란에 개정 추진
지휘관 사진 게시 필요성 등 검토, 6월 수정 지침 하달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국방부가 국군방첩사령부(이하 방첩사)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 게시 논란에 대해 규정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3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게시 개선방향’ 보고에서 “게시 목적에 대한 적절성 및 국민적 논란이 지속 발생함에 따라 역대 지휘관 사진 게시 방안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4월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게시방안 개선 검토 후 5월 각 군과 방첩사 등 국방부 직할부대 의견 조회를 거쳐 6월 새로운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게시 지침을 하달한다는 계획이다.
1987년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로 지명된 당시 노태우 대표(왼쪽)가 전두환 대통령과 손을 맞잡고 대의원들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과거 군에는 역대 지휘관 사진물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없었다. 이에 따라 ‘내란’ 혐의가 인정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사진은 그들이 지휘관을 한 방첩사 등에 게시됐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사진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16대 보안사령관과 18대 육군 3군단장, 15대 6사단장을 역임했지만 전두환 세력의 ‘12·12 군사반란’ 이후 그의 사진은 종적을 감췄다.
이에 따라 누구 사진은 되고, 누구는 안된다는 ‘선택적 역사의식’ 논란이 일었다. 이에 국방부는 역대 지휘관 사진물에 대한 구체적 지침을 담은 ‘국방부 장관 및 장성급 지휘관 사진 게시 규정 등 부대관리훈령’을 만들고 2019년 4월 일선 부대에 하달했다.
규정에 따르면 ‘부패 및 내란·외환죄 등으로 형이 확정된 지휘관’ 사진은 게시할 수 없다. 하지만 ‘예우·홍보 목적이 아닌 재직기간 등 역사적 기록 보존 목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김재규 사진은 육군 3군단 역사관과 6사단 회의실·역사관에 다시 걸렸다. 방첩사의 경우 문재인 정부 시절 ‘과거와 단절된 새로운 보안·방첩·수사 부대’를 내걸고 부대를 해편했기 때문에 과거 지휘관들의 사진은 자취를 감췄다. 1대 남영신 사령관부터 새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이름을 바꾼 방첩사는 옛 기무사령부 본청 회의실에 게시했던 역대 사령관 사진을 다시 가져와 복도 한 군데에 걸었다. 전두환·노태우는 사진은 다시 게시했지만, 김재규 사진은 또 제외됐다. 육군 3군단의 경우에도 부대 역사관을 리모델링 하면서 김재규 사진을 걸지 않았다. 수도경비사령관을 지낸 노태우 사진 역시 수도방위사령부에 게시돼 있다.
게다가 규정에는 부대 역사관 게시가 원칙이다. 역사관이 없을 시 회의실·지휘관실(접견실)·복도 등에서 한 곳만 게시하도록 했지만 역사관이 있는 부대에서 61개 건의 추가 게시 사례가 확인됐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역대 지휘관 및 부서장 사진 게시 필요성 △역사적 기록 보존을 고려한 사진 게시 위치의 적절성 및 사진 게시 방안 △사진 게시 제한 대상 범위에 대한 적절성 등을 종합 검토해 새로운 지침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대통령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외교부는 관련 규정이 없어 관행적으로 역사적 사실자료로 보존·게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의 경우 역사 기록 보존을 목적으로 역대 대통령 초상화 전부를 전시하고, 외교부를 제외한 타 기관 역시 역대 기관장 전부를 게시하고 있다. 외교부는 1961~1963년 9대 외교부 장관을 지낸 최덕신의 경우에만 1986년 월북함에 따라 사진을 게시하지 않고 있다.
(사진=뉴스1)
김관용 (kky144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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