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산청군 시천면 한 야산에서 불이 번지고 있다. [연합뉴스}
위성통신 이미지 사진
역대급 피해를 불러온 영남 지역 산불에 기지국 등 통신 시설도 화마를 입은 가운데 통신망 붕괴로 인한 정보 단절 우려가 떠오르고 있다. 이 가운데 재난 환경에서도 끊김 없는 연결을 보장하는 위성통신 등 차세대 통신 솔루션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인위적 재난이 빈번해지면서 기존 통신 인프라는 재난 대응에 한계를 드러낼 수 있어 '골든타임'을 아낄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기반의 고도화된 통신 기술과 솔루션 진화 필요성도 대두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9일 오전 11시 기준 정부와 통신사의 집중 인력·자원 투입으로 통신 피해를 입은 이동통신 기지국 86.1%, 인터넷·인터넷 전화 등 유선통신 98.4%를 복구했다.
청송, 영덕 등 산불 추가 확산 지역으로 피해 기지국은 전날 대비 6곳 늘어난 2885곳으로 집계됐다. 유선통신은 2만27회선, 유료방송은 1만9249회선 피해가 있었지만, 각각 98.4%, 98.8% 복구했다. 정부와 사업자는 28일 기준 이동기지국 14대, 간이기지국 1개소, 발전차 38대, 휴대용 발전기 211대, 현장 복구인력 809명 등 가용 자원을 집중 투입해 총력에 나서고 있다. 이번 방송통신 장애는 대형 산불로 사고 위험 방지를 위한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전력 차단 조치 등으로 인해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 상황에서 지상 기지국 기반 통신망이 한계를 보이면서 위성통신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 신속하게 무선통신망을 구축하는 재난안전통신망이 2021년 4월 개통됐다. 재난에 대응하는 기관인 군, 경찰, 소방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하나의 무선통신망으로 통합해 운용한다. 롱텀에볼루션(LTE)을 기반으로 글로벌 이동통신 표준단체 '3GPP'에서 발표한 'PS-LTE' 규격 기술표준을 따르고 있다. LTE 기술에 단말간 직접통신(D2D)과 그룹통신기술(GCSE), 단절 시에도 단독 기지국 서비스 범위 내 통신이 가능한 차량형이동기지국(IoPS) 기능 등을 추가했다.
다만, 대형 산불이나 지진 등 대규모 재난으로 PS-LTE 지상 고정식 기지국에 전원 공급 문제나 복구 지연이 일어나면 실시간 통신 채널 제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PS-LTE는 지상 고정식 기지국 중심으로 700㎒ 주파수 대역에서 20㎒ 협대역 채널을 사용하고 있어 주파수 간섭 문제 등에 한계도 있다.
통신망 기능이 중단되면 구조 활동과 현장 지휘에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이는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2019년 9월 호주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에서 2016년 구축한 PS-LTE가 운용됐지만,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된 소방군, 경찰 대원간 원활한 재난통신 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근 호주 통신사 텔스트라는 글로벌 위성통신 기업 '원웹'과 저궤도 위성망을 활용한 통신 서비스 중계망 시연을 검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상 고정국 기지국 중심 PS-LTE 시스템에 대한 성능개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5G 가입자가 70%를 넘어섰고, 6G 상용화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상 기지국 대신 위성망과 같은 비지상 통신망을 활용하는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연재성 서일대 외래교수는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서 발표된 보고서에서 "PS-LTE 기지국을 상용 저궤도 위성통신망으로 대체 사용하고 운영센터에 위성망과 연동하는 게이트웨이를 설치하면 지상에서 발생한 재해, 재난 환경에서 재난통신망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저궤도 위성을 활용한 이동형 단말기도 상용화되면서 실시간 음성·영상 통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는 저궤도 위성통신과 휴대전화 단말기가 직접 교신하는 '다이렉트 투 셀(DTC)' 통신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연구·개발(R&D) 단계지만, 완벽하게 상용화하면 재난 상황에서도 지상 기지국이 아닌 위성을 통한 직접 통신이 가능해져 재난 복구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화재 당시에도 스페이스X와 베타테스트에 나선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이 문자 메시지 전송과 긴급 통신 지원을 위한 DTC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지난 25일 열린 국무회에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도입 및 위성통신 단말 개설 절차 간소화 등을 골자로 한 전파법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면서 내달 1일 개정된 시행령이 공포된다. 국내 통신3사는 스타링크 코리아와 제휴를 맺고 선박, 항공 등에서 스타링크 서비스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
위성통신포럼 위원장인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재난·재해로 국가 재난안전망이 장애를 겪을 상황을 대비해 차량에 위성 안테나를 장착하는 등 위성통신을 통한 대체 수단이 필요하다"며 "향후 다이렉트 투 셀 기술이 발전해 완벽하게 구축이 되면 지상 기지국을 완전히 대체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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