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HBM(고대역폭메모리) 선두 굳히기에 나선다. 이미 올해 물량은 완판됐고, 내년 물량도 상반기 중 판매 협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6세대인 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보낸 상태다.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선도는 순항 중이다. 지난해 말 HBM3E 16단 제품을 개발을 업계 최초로 공식화했고, 내년 주력 상품이 될 HBM4 12단 제품을 올해 하반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간 기술력으로 공급 계약을 따내고 있다.
안정된 공급 계약과 고부가제품 집중으로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매출을 전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한 6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성장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올해 HBM 시장이 2023년 대비 약 9배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미 확보한 공급 계약은 안정적인 수익과 연결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HBM 제품 특성상 높은 투자비율과 긴 생산 기간이 요구되는 만큼 고객과 사전 물량 협의를 통해 판매 가시성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성장의 출발점인 미국 고객과의 협력을 강화해 AI 시장에서 위상을 높일 계획이다.
그는 "고객 주문을 확보한 후 공급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존 반도체와는 다른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고 있다"며 "플레이어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과거처럼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확률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7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SK하이닉스
제품도 안정적 수익성에 초점을 맞췄다. HBM을 포함해 DDR5, 고용량 eSSD 등 AI 메모리 개발과 생산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맞춤형 HBM 시장에서 고객,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구축해 고객 시스템에 특화된 최적의 제품을 공급함으로써 AI 메모리 리더로서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곽 사장은 "고객과의 밀접한 소통을 통해 저희 기술력이 함께 상승하는 부분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저희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적 우위를 계속해서 지켜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투자도 고수익 제품 중심으로 최적화를 이룰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선도적 기술이 적기에 사업화 될 수 있도록 올해 M15X Fab(공장) 완공하고, 용인클러스터 1기 Fab은 지난 2월부터 본격 착공에 들어갔다. AI 메모리 수요에 따라 단계별로 클린룸을 확장할 예정이다. 시설투자(CAPEX)는 3년 매출의 30%를 집행하는 선에 맞추고, 나머지는 재무건전성 유지에 쓸 계획이다.
곽 사장은 "현재 자사주 매입과 소각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사업에서 창출된 현금을 기술경쟁력과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와 시장 침체(downturn) 기간 약화한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먼저 사용하는 게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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