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연, 서대전네거리 지하철역서 실증결과 발표
터널 배출 73% 저감..필터교체비 '0원', 오존 최소화
김학준 기계연 책임연구원이 24일 대전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에서 무필터 초미세먼지 저감장치 실증 결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전지하철 서대전네거리역 환기실에 설치된 대용량 무필터 초미세먼지 저감장치.
대전지하철 1호선 서대전네거리역에 설치된 무필터 대용량 초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작동하자 초미세먼지 수치가 떨어졌다.
지난 24일 대전지하철 1호선 서대전네거리역 내 지하 2층에 위치한 본선 환기실. 이 곳에는 지하철 터널의 공기와 각종 먼지를 정화해 외부로 내보는 배기구가 위치해 있다. 환기실로 들어가자 터널과 연결돼 있는 배기구 앞에 커다란 태양광 패널과 비슷한 모양의 대형 집진장치가 세워져 있었다.
가로·세로 60㎝에 달하는 집진 모듈 16개가 하나의 집진장치를 이루고 있었다. 비금속 탄소판과 극세사 방전극으로 이뤄진 집진장치는 낮은 전류를 흘려 보내면 필터 없이도 배기구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다.
연구책임자인 김학준 한국기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집진장치에 전류를 흘려 보내면 전극에서 생성된 음이온은 정전기력을 띠어 공기 중의 초미세먼지와 결합해 장치에 달라붙게 된다"며 "정전기로 인해 발생하는 오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무필터 대용량 친환경 공기청정 기술을 적용해 개발했다"이라고 설명했다.
마침, 대형 화면에 배기구의 초미세먼지가 1㎥에 36㎍ 이상의 '나쁨'으로 치솟자 집진 장치의 전원을 켜고 작동한 지 5초도 채 안 돼 초미세먼지 수치는 0㎍으로 떨어질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였다.
집진장치에 포집된 초미세먼지는 옆에 위치한 세정장치에서 분당 1000㎥로 나오는 강한 바람으로 분리됨과 동시에 장치 뒷면의 진공부로 빨려 들어가 먼지흡입장치에 쌓여 처분된다. 집진장치는 슬라이드 도어 방식을 적용해 좌우로 이동하며 초미세먼지를 제거할 수 있고, 터널 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원격으로 작동할 수 있어 전력 소모도 줄일 수 있다.
대용량 초미세먼지 집진장치는 일반적인 필터 방식의 장치에 비해 적은 전력으로 동작하고, 정전기 활용에 따른 오존 발생을 일반 대기의 10분의 1 수준인 5ppb 이하로 크게 줄일 수 있는 친환경 공기청정 기술이 적용됐다. 또한 물을 이용한 기존 습식 세정방식이 아닌 바람을 이용한 건식 세정방식으로 유지보수가 편리하고, 다량의 폐수가 발생하지 않을뿐 더러, 겨울철 동파 걱정도 없다.
집진장치의 경우 비싼 금속판 대신 값싼 플라스틱판에 탄소를 코팅해 정전기를 발생시켜 제조 비용이 낮아 경제성이 뛰어나다. 실제로, 기존에 대당 3억원 가량 드는 설치 비용을 30% 수준까지 줄일 수 있고, 연간 유지보수 비용을 940만원에서 140만원으로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필터를 쓰지 않아 필터 막힘으로 공기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 대량의 공기를 효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고, 필터 교체가 필요 없어 유지비 절감 효과도 크다는 점에서 기존 필터 공기청정기의 한계를 극복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기계연은 2021년 11월부터 서대전네거리역과 오룡역, 용문역 등 3개역의 터널 구간에서 진행한 실증을 통해 터널 배출 초미세먼지 농도 73%, 터널 내부 초미세먼지 농도 22%를 저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앞으로 수도권 백화점 공조기에서도 실증 시험을 마치고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확인했다.
김학준 책임연구원은 "3개 역사에는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아 대전교통공사의 저비용·친환경 수요제기를 통해 실증하게 됐다"면서 "당초 목표치였던 터널 배출 저감 효율 50%, 터널 내부 저감 효율 15%를 초과 달성했고, 전체 역사로 장치를 확대하면 총저감률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실증을 통해 지하철역 터널 내부와 외부 공기 유출입 간 초미세먼지를 저비용·친환경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지하철 이용객과 종사자의 미세먼지 노출을 최소화할하면서 터널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외부 배출 저감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류석현 기계연 원장은 "20년 이상 정전기술을 연구해 온 기계연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세먼지 저감기술을 개발했고, 2년 간의 실증을 통해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했다"며 "앞으로 지하철 전 구간으로 확대 설치하고, 학교와 백화점, 다중이용시설 등으로 보급함으로써 국민 건강 증진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무필터 초미세먼지 저감기술은 지난해 국제전기집진기학회에서 '프레더릭 G, 코트렐상'을 수상했으며, 초미세먼지 저감 전문 기업에 기술이전돼 상용화가 본격 진행되고 있다. 대전/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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