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기 정기 주주총회, 올해 사업전략 발표
"인재와 기술" 故 이병철 경영철학 제시
"빠르면 올해 2분기 HBM3E 12단 전환"
파운드리는 2나노 수율 잡고 1나노 개발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AI 전방위 적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을 대상으로 '사즉생 각오'를 주문한 데 대해 삼성전자는 '인재와 기술'이라는 창업주의 경영철학으로 답했다. 다시 원칙으로 돌아가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고,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처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부진에 빠진 반도체 사업은 '첨단기술 경쟁력' 확보로 근본 체질을 개선하고 선단(첨단)공정 완성도와 시장 대응력에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 인공지능(AI)을 비롯한 차세대 기술 역량으로 새로운 제품 경험을 창출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19일 오전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 뒤 '2025년 사업전략 공유 및 주주와의 대화'를 통해 올해 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주주들의 질문에 삼성 주요 경영진이 직접 답하는 간담회에는 ▲한종희 DX부문장(부회장)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전경훈 DX부문 CTO ▲용석우 VD사업부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노태문 MX사업부장 ▲박순철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10명이 참여했다.
부진 빠진 반도체…전영현 "기술 리더십 회복"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반도체 사업에 대한 삼성전자의 답은 '반성과 전진'으로 요약된다. 메모리 반도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응이 늦어지면서 SK하이닉스에 시장을 내줬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부진에 빠졌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으로 세계 최초 3나노(1㎚=10억분의 1m) 양산에 성공했지만, 수율 확보에 난항을 겪으면서 대만 TSMC와의 격차는 60% 가까이 벌어졌다.
삼성 반도체를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부진했던 HBM 실적을 반드시 개선하겠다며 "빠르면 올해 2분기, 늦어도 하반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을 빠르게 시장에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또 인공지능(AI) 디램(DRAM) 시장 전환에 속도를 내 고객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HBM4 및 커스텀 HBM 시장에선 지난해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는 방침이다.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전 부회장은 "HBM, DDR5, 서버용 SSD 등 고성능·고용량 제품에서 차별화를 꾀하겠다"며 선단노드 경쟁력 강화를 천명했다. DDR은 더블 데이터 레이트(Double Data Rate) 기술이 적용된 D램의 한 종류다. 중국 업체들이 주력하는 DDR4는 저가, DDR5는 고부가 제품으로 본다.
부진이 지속되는 파운드리 사업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 섞인 질문도 잇따랐다. 삼성전자는 3나노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올해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는 2나노 수율 안정화를 앞당기는 한편, 차세대 1나노 공정 개발로 '기술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진만 파운드리사업부장은 "3나노 및 2나노 GAA 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 중"이라며 "공정 최적화뿐 아니라 수율 안정화 및 램프업(양산 속도 개선)에도 집중하겠다"고 설명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주주와의 대화'에 앞서 올해 파운드리 사업전략을 소개하며 "2나노 기술의 완성도를 높이고 1나노대 차세대 공정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에서 강한 기술·제조 역량을 갖추겠다"며 파운드리 시장의 핵심인 선단공정에 사활을 걸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한종희 "AI 기술 확대"
19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6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겸 DX(디바이스경험) 부문장은 "DX부문은 미래형 사업구조 전환과 과감한 성장을 추진할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스마트폰·TV·가전 등 전 제품에 AI 기술을 적용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이러한 노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부터 가전까지 전 제품에 걸쳐 AI 기술을 확대하고 스마트 싱스(Smart Things)를 기반으로 디바이스가 연결 경험도 한층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로 인한 보안 우려에 대해서는 첨단 보안기술 삼성 녹스(Knox)를 통해 프라이버시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미래 격전지인 로봇 사업 분야에서 선도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사업장 내 제조봇·키친봇 추진으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데이터를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에 활용하는 '개발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고 기술 검증과 고도화를 진행해나갈 계획이다.
'사즉생 각오' 주문에 "인재와 기술"로 답한 삼성
한종희 부회장은 이날 정기 주주총회에서 "어려운 환경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해 인류사회에 공헌한다'는 회사의 경영철학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임원들을 대상으로 '사즉생의 각오'를 주문한 데 이어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의 경영이념으로 위기 돌파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이날 총회에선 재무상태표 승인, 사외·사내이사 선임 등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새로운 이사회 구성은 '반도체 전문가'를 수혈하는 데 방점을 뒀다. 그간 경제관료 출신 비중이 높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반도체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제 변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규 사내이사로는 전영현 DS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 등 '개발실 엔지니어' 출신들을 선임했고, 사외이사로는 AI·반도체 전문가로 통하는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겸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 합류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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