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6월 기준 155개 기업에 612억원 투자… 346억 회수
"대학·연구기관 기술성숙도 부족, 연구·혁신 통해 풀어야"
최치호 KST 대표
최치호 KST대표는 최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기술사업화 생태계와 딥테크 육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치호 KST 대표
최치호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
"기술이전으로 끝나던 연구개발(R&D) 체계를 기술사업화 중심의 연구혁신(R&I)으로 전환해 혁신성장의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기술을 선도하는 딥테크를 집중 육성하는 새로운 기술사업화 경로와 혁신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
최치호(사진)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는 본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의 선도형 R&D 전환 정책에 맞춰 '딥테크 기술사업화'에 역량을 결집해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이같이 강조했다.
최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술사업단장과 서울 홍릉 강소특구단장, 한국연구소 기술이전협회장을 역임한 국내 공공기술 사업화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지난 2023년부터는 18개 과학기술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우수 기술을 사업화하기 위해 설립된 공공기술 사업화 전문기업인 KST 대표로 취임해 출연연 핵심·원천기술 기반의 딥테크 창업과 사업화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KST는 지난해 6월 기준 155개 기업에 612억원을 투자했고, 이 가운데 346억원을 회수했다. 후속투자액이 4200억원에 달하는 등 국내를 대표하는 공공 기술사업화 전문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출연연 연구실의 우수한 기술을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업화해 혁신기업들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새로운 기술사업화 협력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학·연구기관의 기술들이 기업과 시장에서 원활하게 사업화될 수 있도록 기술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R&I(Reserch&Innovation·연구혁신)중심의 산학연 함께 달리기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술사업화에 가장 큰 걸림돌인 대학·연구기관의 기술 성숙도와 시장 적합성 부족을 R&I를 통해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 R&D 단계에서 기술 검증과 실증을 포함해 상용화 직전까지 산학연 기술 혁신 주체가 참여해 R&D 성과를 사업화로 연계하는 '기술 스케일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기술 스케일업 단계에선 연구계·산업계의 재원 투입과 유기적 역할 등 협력적 관계 설정이 중요하다"며 "실험실뿐 아니라 기업 성장에 따른 지속적인 기술 스케일업 작업과 스케일업된 기술이 시장으로 나아가 사업화로 이어지게 하는 민관 협력 기반의 기술사업화 생태계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실증사업과 실증·인증센터 확충, 규제 개선, 세제혜택, 공공혁신 조달 연계, 인증·표준 제시 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출연연 역시 새로운 R&D에 주력하기 보다는 수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존 기술을 스케일업하거나 이전 기술의 후속 협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R&D 시스템을 개편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무엇보다 부족한 기술사업화 재원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 실증이 없으면 기술사업화도 어렵기 때문에 실증을 위한 재원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 R&D의 4∼6%는 사업화 우수 기술의 실증·검증에 투자하고, 연구자의 실증연구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성과평가지표 마련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 대표는 새로운 기술사업화 생태계 구축을 통해 '한국형 딥테크' 육성에 국가적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안보와 기술패권 주도권의 원천으로 딥테크가 새로운 국가 성장 축으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저성장 정체 국면을 벗어나 국가 재도약을 위한 신성장 전략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대전환하는 이 시기에 우리의 새로운 혁신성장 모델로 딥테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국은 글로벌 딥테크 상위 500개 기업 중 고작 1%를 차지해 19위에 머물러 있다. 딥테크 투자 비중도 미국, 이스라엘 등에 크게 못 미치고, 딥테크를 위한 클러스터도 전무하다. 이에 반해 혁신 선도국들은 딥테크 국가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기술패권 전략으로 딥테크 혁신을 선언하고, 딥테크에 대한 투자를 연평균 49% 이상 확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스위스는 '딥테크 국가 스위스 기구'를 설립하고, 10년 동안 80조원을 딥테크 스타트업에 쏟아붓는 등 딥테크 혁신 1위 국가를 목표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최 대표는 "기술과 시장 측면에서 리스크가 큰 딥테크 특성상 기존 제도의 틀을 깨는 혁신적이고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딥테크 스타트업 전용 전주기 지원사업 확충과 공공혁신조달을 통한 딥테크 초기 시장 진출 지원, 신기술 검증 및 관련 규제 개선 등도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모험성과 도전성을 강화하는 딥테크 투자 생태계 조성과 딥테크 스타트업의 탄생·성장을 막는 규제 철폐를 주문했다.
그는 "기존 벤처투자 모델과 주기로는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복잡하고 고도의 문제를 장기간에 걸쳐 해결하는 딥테크 특성에 부합하지 않아 수(數)의 확대에서 규모의 확대로 투자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주도의 정책금융뿐 아니라 민간 주도의 기업형벤처캐피털(CVC) 활성화, 외국인 투자 비중 확대 등을 통해 자본시장을 다각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딥테크 혁신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규제 개선에 대해선 "딥테크는 규제 의존도가 높은 융합 신산업으로 복합규제가 많은 만큼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고, 기술 발전에 발맞춰 혁신을 견인하는 새로운 규제 모색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마지막으로 "새로운 출연연 기술사업화 경로를 만들고 딥테크 혁신 선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KST와 같은 공공 기술사업화 전문기업과 공공기술지주 등이 장기적인 대규모 전용 펀드와 스케일업 사업을 통해 '컴퍼니 빌더'로 역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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