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고영욱 기자]
<앵커> 다음 달 미국이 한국산 전력기기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 전력 기기사들의 선행 투자가 빛을 보고 있습니다.
현지 생산시설 확대와 기술력 투자에 집중해온 결과 대규모 수주소식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와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고 기자. LS일렉트릭이 수주한 데이터센터(IDC) 프로젝트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LS일렉트릭이 1,625억원 규모 미국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xAI에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공시 내용을 보면 이번 계약과 동일한 프로젝트에서 기존에 수주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앞서 구자균 LS일렉트릭 회장은 최근 미국 빅테크 데이터센터 수주가 임박했다고 밝혔었는데요.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수주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LS일렉트릭은 미래 시장을 선점할 기술에 꾸준히 투자를 해왔습니다. 이달 중 미국 텍사주 테크센터도 완공할 예정입니다. 미국의 R&D 거점이고요. 생산 공장도 갖춰 배전반과 차단기 같은 전력기기를 주로 생산할 계획입니다.
또 아시아권 기업 중에 유일하게 미국 안전인증인 UL인증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슈나이더나 지멘스 같은 기업들이 주도하던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기술이죠. 전력손실을 크게 낮춘 데이터센터용 초전도 솔루션을 개발해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한 점도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 미국 매출만 올해 1조원을 목표로 영업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다음 달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예정입니다. 잘나가는 전력기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데 기업들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은 다음 달 한국산 초고압 변압기에 대해 관세 부과할 예정인데요. 국내 기업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조사 대상은 지난 2022년 8월부터 2023년 7월 물량이지만 관세는 앞으로 수출하는 물량에 부과됩니다.
전력기기 업계는 관세율 5~10%를 전망하고 있습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 ITC 제소 등을 거치면 실제 관세율 확정까지 더 오랜 시일이 걸릴 예정입니다.
<앵커> 반덤핑 관세율 최대 10%면 낮은 겁니까. 철강 25%에 비하면 낮아 보이기는 하는데 말이죠. 관세 영향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라고 보면 되는 건가요?
<기자> 국산 변압기는 트럼프 1기 정부 때인 2018년 최대 60.8%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를 맞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하면 많이 낮아진 겁니다.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은 2010년대 미국에 생산체제를 갖추기 시작했고 2018년 관세폭탄 이후 본격적으로 현지 생산시설을 증설해왔습니다. 그 결과 수출 관세 영향을 줄일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해 초고압 변압기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45%였습니다. 금액으론 우리 돈 약 2조6400억 원(18억 2300달러)이 관세 영향권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업별로는 사정이 조금씩 다른데요.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지난해 매출 3조3233억을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30% 가량인 1조원이 북미에서 나왔습니다. 효성중공업의 북미 매출 비중이 20% 후반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변압기 현지 생산능력이 효성이 130대, HD현대가 105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관세 영향은 HD현대가 좀 더 받을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현재 미국 시장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기자> 기업들은 미국 현지 수요가 넘치는 만큼 관세가 부과 되도 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변압기의 경우 지금 주문하면 5년 뒤에나 받을 수 있을 정도로 공급자 우위시장이 형성돼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 변압기의 70%가 사용한지 25년이 넘어 교체주기가 도래했습니다. 워싱턴D.C나 뉴욕 등 주요도시에서 정전 문제가 끊이질 않고요. 올 초 LA 산불 화재의 원인으로 노후 송전탑이 지목될 정도로 전력 인프라가 낡았습니다.
여기에 최근 1,2년 새 AI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고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강화를 추진하는 만큼 필수 인프라인 전력기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앵커> 전력기기 호황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우리기업들이 이런 기회를 계속 잡을 수 있을까요.
<기자> 변압기 시장규모는 연평균 6.6% 성장해 오는 2030년 64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미국의 변압기 생산능력은 수요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의 전력기기 기술 경쟁력은 선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되는데다 납기나 서비스 면에서도 현지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앞으로 5~10년은 더 슈퍼사이클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인데요. 변압기뿐만 아니라 배전반, 차단기 같은 품목의 실적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실제로 주요업체들은 5년 치 일감 쌓아놓은 상태고요. HD현대는 사실상 100%, 효성중공업은 120% 수준으로 공장을 풀 캐파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이라면 증설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올릴 계획은 없습니까.
<기자> HD현대일렉트릭의 경우 4천억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바마 공장과 울산 공장을 증설할 예정입니다. 두 곳 합해 초고압 변압기 400개를 만들 수 있는데 510개로 늘릴 계획입니다.
또 변압기 이후 배전반 수요가 뒤따를 것을 고려해 관련 생산시설 확충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도 과거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주인이던 멤피스 공장을 인수해 미국사업을 하고 있는데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증설이 끝나면 생산능력이 130대에서 160대로 늘어납니다.
또 200대를 목표로 2차 증설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에선 GE와 지멘스 제치고 변압기 1위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전해집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
고영욱 기자 yyk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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