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이 미세먼지로 뿌옇게 변해 있다.[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DB]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1년 동안 256개비 담배와 맞먹는다.”
비흡연자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어린 아이까지도 마찬가지. 256개비 담배를 피울 때 나오는 유해물질을 고스란히 마시고 있다. 바로 미세먼지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심한 계절이 이맘때다. 3월과 4월의 공기 질은 여느 계절과 비교해서도 나쁜 수준을 보인다. 국내 유발 요인에 더해 중국 황사 등 외부에서 불어오는 오염물질까지 유입되기 때문이다.
12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동구 일대가 미세먼지에 갇혀 있다.[연합]
스위스의 공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가 11일 발표한 ‘2024 공기질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질 오염 수준은 140개국 중 51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40개국 중 51번째로 나쁜 공기를 가졌다는 얘기다.
대기질 측정 기준이 되는 AQI(공기질 지수) 농도는 2024년 기준 57로 전년(63)에 비해 6포인트 줄었다. 해당 수치가 낮을수록 더 좋은 공기 질을 가진 것으로 여겨진다. 도시별로는 ‘좋음(0~50)’ 수준의 도시가 12%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보통 수준이었다.
인도 뉴델리의 한 거리가 미세먼지로 인해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로이터]
1위 파키스탄의 공기질 지수가 115인 것을 고려하면, 한국의 오염도는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양호한 수치라고 볼 수는 없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비흡연자들은 미세먼지만으로 연간 담배 265개비를 피는 수준의 유해 물질을 흡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는 3월과 4월의 대기 오염 농도가 유독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2024년 3월과 4월의 공기질 지수는 각각 70. 71로 오염도가 가장 낮았던 7월(40)과 비교했을 때 80%가량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유입된 12일 서을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마스크를 쓰고 이동하고 있다.[연합]
질병관리청과 서울시 대기환경 정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고농도 미세먼지 기준인 50㎍/㎥를 초과하는 날 중 80%는 12~3월로 나타났다. 특히 3월은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가 가장 나쁜 달에 속했다.
실제 최근 날씨가 포근해지며, 대기 오염의 수준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 ‘나쁨’ 수준을 보인 11일 서울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수도권에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시행하기도 했다.
인천 서구 서인천복합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연합]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보다 더 미세먼지가 심각한 지역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평택과 충남 당진에서 가장 대기질 오염 수준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규모가 큰 석탄화력발전소가 밀집해 있는 영향이다.
당진의 2024년 평균 공기질 지수는 70, 평택 69로 평균(57)과 비교해 최소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벌어졌다. 담배로 환산하면, 두 지역의 주민들은 1년간 348개의 담배를 피우는 것과 같은 유해 성분을 흡입하고 있었다. 매일 1개비의 담배를 피우는 격이다.
서울 시내 편의점의 담배 판매대 모습.[연합]
봄철에 번창하는 미세먼지와 황사는 담배와 마찬가지로 우리 몸속에 들어와 호흡기질환을 유발한다. 혈압 상승과 혈관 기능 저하를 유발해 심근경색, 협심증 등 각종 심장질환 발병률을 높이기도 한다. 심지어 정신건강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SCIE에 발표된 이진의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뇌가 초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행복 및 동기부여와 직접 관련이 있는 도파민 신경회로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노출로 우울증 발병 소지가 커진다는 얘기다.
대구 도심이 미세먼지로 인해 뿌연 모습을 보이고 있다.[연합]
이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우울증 등 정신 건강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결과가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며 “마스크 착용, 실내 공기 질 관리 등을 통한 대기오염 노출을 최소화하는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아시아는 전 세계 대륙에서 가장 나쁜 공기질 지수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공기질 지수가 가장 나쁜 상위 10개 도시는 모두 인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140개국 중 97위, 중국은 13위에 오르며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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