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성장률 2%선 마저 위협…저성장 日 전철 밟나 우려
AI 제조업 등 접목해 생산성 향상…‘A2G 퀀텀 프로젝트’ 제시
중도·보수 표심 공약 속 정치적 수사 불과 박한 평가도
“정부 주도보다 규제 풀어 시장 메커니즘 작동하게 해야”
[이데일리 황병서 김세연 기자] 6·3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을 뒷받침할 싱크탱크도 속속 깃발을 들어 올리고 있다. 당내 유력 주자인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의 대선 공약 밑그림을 그릴 싱크탱크인 ‘성장과통합’이 가장 먼저 닻을 올렸다. 이 조직이 던지는 화두는 이름 그대로 성장과 통합이다. 한국 사회의 꺼져 가는 성장 동력을 살려 경제 성장을 달성해 분열된 사회의 통합을 구현하겠다는 복안이다.
AI 앞세워 ‘3·4·5 성장’ 달성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장과통합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성장과회복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 3%·세계 4대 수출강국·1인당 국민소득 5만 달러’ 목표를 제시했다. 이같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으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AI를 제조업 등 산업 영역에 접목해 생산성의 향상을 높여 목표로 제시한 수치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AI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부터 AI 정부 실현 및 AI 국제기구 유치까지 AI 시대의 선도국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성장과회복이 ‘AI 대전환’에 나선 배경은 잠재 성장률 하락 등에 따라 저성장 늪에 빠진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유종일 상임공동대표는 “20년 전만 해도 잠재성장률이 5%를 넘었는데 이제는 2% 선마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생산성 저하를 꼽고 있는데, 성장과통합은 AI 대전환을 선도하면서 전면적인 생산성 향상을 추진해 획기적인 생산성 향상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유 상임공동대표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출신으로, 이 예비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서민 부채 탕감을 목적으로 설립된 주빌리 은행의 은행장을 지냈다.
성장과회복은 목표를 구현하기 위해 정부 주도의 ‘A2G 퀀텀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는 인공지능의 ‘A’에서부터 전 세계 공급망 분야의 ‘G’에 이르기까지 민·관·학·연이 모두 참여하는 산업재도약 프로젝트를 의미한다. 경제를 시장에 맡겨두기보다 정부가 마중물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을 제공해 민간이 효율적 실행과 혁신을 주도해 함께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전력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물론 에너지믹스(다양한 에너지원 확보) 정책도 필요하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중도·보수 표 확장…‘정치적 수사에 불과’란 지적도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성장과통합 출범식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재명 예비후보가 ‘기본소득’ 등 ‘분배’ 정책을 브랜드로 삼았던 과거와 달리 ‘성장’을 앞세우는 이유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대해 유 상임공동대표는 “성장과 분배 다른 길이 아니다”라면서 “둘 다 중요하지만, 지금 성장 활력이 너무 꺼져 이것을 살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성장 위주의 노선이 6·3 대선을 앞두고 중도·보수의 표를 확장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이종훈 평론가는 “이재명 대선 예비후보는 분배론자가 아니고 중도 보수이며 성장론자라고 계속 호소하는 것”이라면서 “중도·보수를 잡기 위한 공약”이라고 분석했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이슈의 선점과 삭감 전략’의 일환이라고 봤다. 즉 중도·보수 층에 호소할 수 있는 성장 담론을 국민의힘보다 먼저 던져 표심을 빼앗아 오는 동시에, ‘진보는 분배 정책을 취한다’는 고정관념을 없애려는 전략이란 것이다. 최 정치 평론가는 지난 2000년 미국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와 엘 고어 민주당 후보의 선거 과정을 예로 들며 “아들 부시가 전통적으로 공화당이 취약한 교육문제를 공화당식의 교육 복지 주의를 내세워 민주당을 지지할 유권자의 마음을 돌려놨다”면서 “유권자들에게 ‘진보는 분배정책으로 귀결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부숴버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실성 없는 정치적인 수사에 불과하다는 박한 평가도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연 3%씩 성장한다고 해도 5년 안에 5만 달러가 안 된다”면서 “치밀하게 계산해서 부른 수치가 아니고 결국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AI 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직접 국정운영을 하면서 재정 투입만으로 안 된다는 것을 깨닫고 규제 개선을 논의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AI나 첨단산업은 정부가 주도해서 키울 수 없다”면서 “시장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도록 규제를 풀어주거나 개인정보를 더 잘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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