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콘, 무빈 등 버추얼 관련 스타트업 연이어 투자
제작 인프라도 직접 구축…모션·비전스테이지 운영
네이버가 버추얼 콘텐츠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네이버가 '잘파세대(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 초반 출생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의 합성어)'를 겨냥해 버추얼(가상) 콘텐츠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 투자부터 제작 인프라 구축까지, 기술과 콘텐츠, 플랫폼을 잇는 구조를 강화하는 모양새다. 차세대 콘텐츠 소비 환경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D2SF(D2 Startup Factory)는 지난 10일 버추얼 콘텐츠·IP 스타트업 '스콘'에 신규 투자한다고 밝혔다. 스콘은 버추얼 콘텐츠 제작·송출에 특화한 솔루션을 개발해 웹툰·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 기업에 B2B로 제공해 왔으며, 자체 기획한 약 30명의 버추얼 캐릭터를 중심으로 후원, 굿즈 판매, 광고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전개하고 있다.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그룹 '미츄'가 스콘이 기획한 대표 IP 중 하나다.
네이버가 투자한 또 다른 스타트업은 AI 기반 실시간 마커리스 모션캡처 기술을 개발한 '무빈'이다. 무빈은 세계 최초로 LiDAR 센서를 활용해 거리와 깊이 등 공간 정보를 왜곡 없이 인식하고, 3D 관절과 뼈 구조 등을 정밀하게 캡처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후처리 없이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 실시간으로 모션을 캡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성이 높다.
네이버 D2SF는 무빈을 예비 창업 단계에서부터 발굴해 시드 투자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후속 투자도 집행했다. 양상환 네이버 D2SF 센터장은 "3D 모션 데이터는 AI가 인간의 움직임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라며 "버튜버 등 엔터 산업을 넘어 로보틱스,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요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 D2SF가 버추얼 콘텐츠·IP 스타트업 '스콘'에 신규 투자했다. 사진은 스콘 소속 버추얼 크리에이터 /네이버
스콘과 무빈은 각각 콘텐츠와 기술 측면에서 네이버의 버추얼 콘텐츠 생태계 확장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스콘은 다수의 버추얼 캐릭터 IP를 기반으로 수익화 모델을 빠르게 전개하고 있으며, 무빈은 고성능 실시간 모션캡처 기술로 콘텐츠 제작 효율을 높이고 있다. 각각 'IP 경쟁력 확보'와 '제작 기술 고도화' 측면에서 네이버의 전략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아울러 제작 인프라 강화 측면에서 네이버의 자체적인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달 11일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치지직'에서 활동하는 스트리머들이 활용할 수 있는 3D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 '모션스테이지'를 오픈했다. 네이버 1784 사옥 내 마련된 공간에는 고급 HDR 비디오, 이머시브 오디오, 광학식 모션캡처 장비 등이 갖춰져 있으며, 스트리머의 전신 움직임부터 표정까지 고정밀 3D 콘텐츠로 구현할 수 있는 제작 환경이 제공된다.
또 '비전스테이지'를 통해 실시간 렌더링 엔진과 고해상도 LED 디스플레이를 결합한 버추얼 프로덕션 시스템을 구축, 보다 몰입감 있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했다. 날씨, 시간, 조명 등 가상 환경 요소를 유연하게 제어할 수 있으며, 카메라 트래킹 기술을 통해 실제 촬영 시점과 가상 화면이 실시간으로 연동되는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는 버추얼 콘텐츠 제작 기술과 IP를 겸비한 기업(스콘), 기술 제공 기업(무빈), 콘텐츠 제작 환경(모션스테이지, 비전스테이지) 등 각각의 축을 잇는 방식으로 버추얼 콘텐츠 생태계를 넓혀가고 있다. 각 기능을 갖춘 스타트업과의 전략적 투자와 연계를 통해, 생태계 전반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네이버가 버추얼 콘텐츠 기반 구축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사용자 경험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추얼 콘텐츠는 Z세대·알파세대와 같은 차세대 이용자들에게 친숙한 형태이며, 인터랙티브한 콘텐츠 소비 방식과 잘 맞는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버추얼 콘텐츠는 외형상 가상 캐릭터를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서는 오히려 더 진솔한 소통이 가능하다"며 "리얼한 상호작용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큰 몰입감을 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버추얼 콘텐츠의 형태와 활용 범위가 다양해지고 있다"며 "버추얼 아티스트가 멜론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대중성도 확보되면서 앞으로 시장이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실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진리서치는 지난 2020년 약 100억달러 규모였던 버추얼 휴먼 시장이 오는 2030년에는 약 5275억8000만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IP 기반 수익화 범위를 자유롭게 확장할 수 있는 구조도 강점으로 꼽힌다. 네이버가 보유한 웹툰, 웹소설, 숏폼 등 기존 콘텐츠 플랫폼과의 연계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처럼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버추얼 캐릭터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콘텐츠 소비 방식을 만들어낼 여지가 크다"며 "각 영역의 자산을 연결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버추얼 기술에 대한 수요가 다양한 산업에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관련 분야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는 한편, 치지직 버추얼 스트리머 풀 확대와 기술·사업 조직간 협업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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