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서울 강남구 퓨리오사AI에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3 대선 출마선언 후 첫 공식 행보로 14일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을 찾아 관련 공약을 발표했다. 미래산업 성장 정책을 앞세우면서 외연 확장 행보로 대선 가도를 시작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와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이날 ‘모병제 전환’과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 이슈를 띄우며 본격적인 정책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를 찾아 “내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가”라며 “제일 중요한 건 먹고 사는 것과 일자리 문제”라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AI 반도체 생산 인력 확보, 인프라 개선에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 업계 관계자들과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력의 해외 유출을 막기 위한 정부 지원 방안,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는 펀드 문제 등이 거론됐다고 이 전 대표 측은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NS를 통해 AI 산업 발전 공약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 투자의 마중물이 돼 AI 관련 예산을 선진국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증액하겠다”며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역별 거점대학에 AI 단과대학을 설립해 인재를 양성하고, 병역 특례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직속 기구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강화하고, 대통령이 직접 민·관·정 협력을 살피겠다고도 밝혔다.
자신이 구상한 ‘모두의 AI 프로젝트’도 소개했다. 그는 ‘한국형 챗GPT’를 언급하며 “국민 모두가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AI로 금융·건강·식량·재난 리스크를 분석해 대비하는 ‘AI 기본사회’를 만들겠다고도 했다.
첫 공식 행보는 대선 후보의 핵심 어젠다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일정으로 여겨진다. 이 전 대표가 AI를 택한 것은 미래 산업과 성장 전략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강조하는 의미가 있다. 논쟁적 사안보다는 민생·경제 정책에 힘을 실으면서 국정운영능력과 안정감을 보이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도·보수 외연 확장에 효과적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영상으로 한 출마 선언에서 “정치는 곧 현장이다.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 그건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서 사회 갈등을 해소할 방안으로 경제 성장을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지사 등 민주당의 다른 주자들도 이날 정책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김 지사는 유튜브에 ‘모병제’와 관련된 영상을 올리고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한 모병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남성 중심 징병제에서 여성·민간 인력을 포함한 모병제로 확대하고, 여군 비율도 단계적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모병제 공약은 청년 남성의 주된 관심사인 만큼, 김 지사가 청년층 공략에 우선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이날 저녁 청년들과 만나는 토크 콘서트를 연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이날 캠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집무실의 세종 이전 등에 대한 생각을 재차 밝혔다. 김 전 지사는 “대통령이 서울과 세종에 동시에 집무실을 마련해야 하고, 세종 집무실에서의 시간을 최대한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이에 앞서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김대중(DJ)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그는 이어 김해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모두에 몸 담았던 민주당의 ‘적자’라는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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