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주 유니티 아시아태평양 애드보캐시 본부장 인터뷰
김범주 유니티 아시아태평양 애드보캐시(Advocacy) 본부장. 김영욱 기자
"10년 전 가상현실(VR) 시장은 비싸고 유선 연결 등 일반인이 설치하기 어려웠고, 기술적으로 알아야 할 것이 많았으며 소프트웨어(SW)가 많지 않아 인식이 좋기 힘들었다. 지금은 '스탠드 얼론'이 대세가 됐고, PC와 연결할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에 VR을 누릴 수 있다."
김범주 유니티 아시아태평양 애드보캐시 본부장은 VR시장이 자리잡으려면 확장현실(XR)에 대한 전반적인 이미지 개선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XR 시장은 최근 10년 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과거 'HTC 바이브', '밸브 인덱스' 등 필수적으로 PC와 연결해 비싼 돈을 주고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메타의 '메타퀘스트', 애플의 '비전프로' 등 최신 디바이스는 PC나 모바일에 의존하지 않는 '스탠드 얼론' 방식으로 구동돼 접근성이 향상됐다.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이를 일반인들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태동기부터 '비용', '무게', '멀미' 등 각종 요인으로 인해 저평가 받은 데다 2020년 광풍이었던 메타버스가 식으면서 XR 시장을 외면하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VR을 착용하면 외부와 단절된 나만의 세계에 빠져 행동하는 것으로 보여, 보기 안 좋거나 이상하고 낯설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다"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다양한 상호작용과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행동을 할 수 있다 등 이미지 개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XR산업협회를 만날 때마다 유명 연예인이 VR 장비를 착용한 모습을 자주 보여주는 등 이미지 개선을 위해 힘써달라고 요청한다"며 "실제로 MBC 예능 프로 '나 혼자 산다'에서 김대호 전 아나운서가 '메타퀘스트'를 착용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는 걸 보여줬을 때 '웃긴다'는 반응과 함께 VR 사용자 커뮤니티의 신규 가입 신청 수가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이미지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업계에서는 기술적 성장과 함께 보급 확대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이에 기존의 VR 기기에서 안경처럼 쓰고 일상을 누릴 수 있는 AR 글래스, 더욱 고도화된 VR 기기 등 하드웨어 발전과 함께 관련 콘텐츠가 활발히 공급되는 추세다. 특히,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진입장벽이었던 '멀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을 개선했다.
글로벌 게임엔진사 유니티는 '최적화'나 편리한 개발 환경 등을 앞세우며 관련 콘텐츠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스탠드 얼론'의 기기들은 모바일 칩셋을 탑재하고 독자적으로 구동돼 발열 이슈나 배터리 소모 등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스탠드 얼론이 XR 콘텐츠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모바일 칩셋을 기반으로 렌더링하고 게임과 영상 등 콘텐츠를 보여주는 만큼 배터리 소모나 발열 등을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면서 "유니티는 특성이 다른 디바이스마다 최적화할 수 있는 '커스터마이제이션' 기능과 XR 인터랙션 툴 킷이라는 패키지로 편리한 개발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니티에 따르면 'XR 인터랙션 툴 킷'은 XR 콘텐츠를 제작할 때 '물건 집어던지기', '사다리 타기' 등 각종 상호작용 방법을 지원한다. 이를 활용하는 개발사는 모델링, 사운드, 시나리오 등을 넣으면 보다 빠른 속도로 XR 게임이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더욱이 모바일, PC·콘솔 등에서 출시한 게임을 XR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저스트 댄스', '그린헬', '머드 러너', '파밍시뮬레이터' 등이 대표 사례다. 가령 '그린헬'은 아마존에 낙오된 이용자가 벌레를 잡고 요리하거나 옷을 만드는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게임인데, 이를 VR 게임으로 포팅해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됐다. 유니티 기반이 아닌 게임들도 유니티 기반의 XR 전환이 가능하다.
김 본부장은 "XR이 미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으며, 관련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많은 팀들이 PC 게임을 VR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라며 "비상업적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들이 만든 게임의 완성도는 기존의 게임사들을 능가하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김 본부장은 "유니티 기반의 XR 콘텐츠가 많은 이유는 '멀티 플랫폼'이기 때문"이라며 "유니티는 유일하게 애플의 '비전프로', '안드로이드 XR', 메타의 '메타 퀘스트', 스팀VR 등 대부분 XR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가령 하나의 프로젝트를 '메타 퀘스트'에서 성공시킨 회사가 '비전프로'로 포팅하면서 새로운 시장에 손쉽게 도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는 XR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효용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다. 스마트폰 활성화로 모바일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만족감을 누리고 있는 일반인들이 추가적인 비용을 내고 XR 기기를 구매할 가치를 전달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기기 제조사들은 '콘텐츠 활성화'를, 콘텐츠 기업들은 '디바이스 발전'을 우선 과제라면서 대비되는 목소리를 내왔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논쟁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이에 대해 "2인3각 경기라고 생각한다. 어느 한 분야만 먼저 나가서 다른 이들을 끌어주는 모델이 될 수 없다. 다채롭고 품질이 좋은 콘텐츠가 공급되는 한편, 디바이스도 더욱 보급돼야 한다. 둘 중 하나만 돼서는 안되는 어려운 문제"라며 "가령 아시아와 서양은 얼굴형이 다르다. 이들을 모두 만족시킬 디바이스들이 생산돼야 하고, 다양한 목적에 맞는 기기들이 나와야 한다. 다양한 기기들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공급되면서 콘텐츠 생태계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랜 기간 XR 디바이스를 사용해보니 스마트폰과 일반적인 노트북의 파이를 어느 정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XR 기기는 가상의 데이터를 현실로 가져올 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재료 제약 없이 그림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등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 가능하다"며 "XR 시장의 궁극적인 방향성은 평면에서 벗어나는 XR 기술들이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져야 하고, 더 나아가 컴퓨팅 환경 자체를 XR 시장이 가져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욱기자 wook95@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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