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서 기념비적 공연 펼쳐
이현파 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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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가가(Lady Gaga) |
ⓒ Coachella 유튜브 중계 갈무리 |
"사막 위에 오페라 하우스를 짓고 싶었다."
언뜻 보면 허무맹랑해 보이는 소원이다. 그러나 레이디 가가라면 이 소원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지난 4월 12일(현지 시각), 레이디 가가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인디오에서 열린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무대의 헤드라이너로서 기념비적인 공연을 펼쳤다.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가 공연의 문을 열었고, 레이디 가가는 빨간색의 과장스러운 드레스를 입고 'Bloody Marry'를 부르며 등장했다. 이어지는 신곡 'ABRACDABRA'는 이 공연이 광기어린 '일렉트로니카 오페라'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했다. 레이디 가가는 신보 < MAYHEM >(2025)의 콘셉트가 '뒤틀린 고딕(Gothic)의 꿈'이라고 설명했던 바 있다. 이번 코첼라 공연은 이꿈을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가가는 공연을 총 4개의 막과 피날레로 나누어 그녀가 표현하고자 하는 혼돈의 감정을 풍부하게 구현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채 팝, 일렉트로니카, 메탈 등 다양한 장르의 사운드를 펼쳤다. 화려한 촬영 기술과 연출, 그리고 다양한 의상 역시 공연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모래밭에 해골들과 파묻힌 채 유명인의 비애를 노래하는 'Perfect Celebrity'는 단연 전율이었다. 과거 자신의 목을 조르고 16년 전 의상을 재현한 채 목발을 짚었다. 'Poker Face'를 부를 때 체스판으로 표현된 무대에서 자신과 대결하기도 했다. 신보에 함께 참여한 프랑스의 디제이 게샤펠슈타인은 가면을 쓴 채 인더스트리얼 로봇이 되어 등장했다.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발라드 'DIE WITH A SMILE'을 부르면서도 키보드 앞에는 해골의 머리 모형들을 잔뜩 진열해 놓았다.
옛 히트곡 'Paparazzi', 'Poker Face' 등 추억을 자극하는 순간도 많았지만, 이번 공연이 레이디 가가의 지난 커리어를 요약한 순간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20곡으로 이뤄진 셋리스트 중 신보 의 수록곡이 무려 11곡에 달했다. 신보의 수록곡을 중심으로 옛 히트곡을 얹어놓은 모양새였다. 레이디 가가가 생각하는 예술적인 그림을 위해 'Million Reasons', 'Rain On Me', 등의 히트곡은 과감히 뺐다. 단독 콘서트가 아니라 페스티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모험적인 결정이다.
그 누구도 가가처럼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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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디 가가(Lady Gaga) |
ⓒ Coachella 유튜브 중계 갈무리 |
그러나 이번 공연의 선곡을 아쉬워하는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관객에게 다소 덜 익숙할 신곡 역시 일관성의 한가운데에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가가가 이날 선보인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모든 이야기를 덮었다. 노래와 춤, 악기 연주, 의상까지, 이번 공연은 레이디 가가라는 엔터테이너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예술적 역량의 집대성이었다. 어느새 40대에 접어들었지만, 격렬한 춤 동작에도 흔들림 없는 라이브를 선보이는 모습은 '철인'과 다름 없었다.
레이디 가가는 관객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공연의 분위기를 쉼 없이 바꾸기도 했다. 'Shadow Of A Man'에서는 검은 정장을 입고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만드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영원히 관객과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다"며 전세계 성소수자의 영원한 찬가 'Born This Way'를 불렀고, 다시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불렀던 명곡 'Shallow'를 부르며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리고 절륜한 무반주 절창과 함께 'Vanish Into You'를 부르며 돌출 무대, 관중석, 본 무대를 모두 활보했다.
피날레를 장식하기 위해 다시 무대에 등장한 레이디 가가는 "괴물은 죽지 않는다"는 음성과 등장했다. 흑사병 시대의 의사를 표현한 가면의 댄서들이 무대에 등장했고, 들것에 실려있던 레이디 가가가 깨어났다. 그리고 < The Fame Monster >에 실린 명곡 'Bad Romance'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하얀 깃털로 과장되게 치장한 채 노래하는 가가의 모습에, 그녀의 팬덤 '리틀 몬스터' 역시 뜨겁게 열광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번 공연을 두고 "역사상 가장 스릴 넘치는 공연"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팝 음악이 단촐해지고 내면적으로 변해가는 시대에, 레이디 가가는 팝 음악의 맥시멀리즘이 유효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으며, 이를 최고의 노래와 퍼포먼스로 표현한다. 이번 공연이 단적인 예다. 2018년 비욘세 이후 단연 코첼라 최고의 공연이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한편 레이디 가가는 다음 주에도 코첼라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은 한국 시각 기준으로 4월 12일부터 14일에 1주차, 4월 19일부터 21일에 2주 차로 펼쳐진다. 레이디 가가와 더불어 트래비스 스캇, 그린데이, 포스트 말론 등이 헤드라이너(간판 공연자)로 출연하며, 찰리 xcx, 재패니즈 브렉퍼스트, 벤슨 분, 위저, 크라프트베르크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이 무대에 오른다. 블랙핑크의 제니와 리사, 보이그룹 엔하이픈 역시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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