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개헌에 사실상 반대 입장
국힘, 대선 어젠다로 부각…공세
개헌 둘러싼 중도층 표심 이동 주목
우원식 국회의장이 꺼내든 ‘대통령 권력분산형’ 개헌론이 차기 대선 변수로 떠올랐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독주’ 체제를 흔들기 위해 개헌을 핵심 어젠다로 부각시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개헌론에 선을 그으며, 이슈화를 경계하고 있다. 대선 국면에서 개헌에 대한 중도층의 표심 이동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입장 변화 여부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들으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 6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제안했고 국민의힘은 즉각 동참 의사를 밝힌 뒤 당 특위에서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이 대표는) 최근 정대철 헌정회장과의 통화에선 조기대선 이전에 개헌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고 한다"며 "그런데 막상 개헌 논의가 본격화되자 안면몰수하며 개헌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개헌에 대해선 언급 없이 "국민의힘은 대한민국 헌정질서와 민주주의를 처참하게 유린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선 국면에서 개헌이 이슈가 되면 유리할 게 없는 만큼 최대한 무시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미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적으로는 개헌도 중요하지만 파괴된 민주주의의 회복이 훨씬 더 중요하다"며 사실상 개헌 반대 의사를 밝혔다.
양측이 개헌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취하면서 지난 6일 우 의장이 제안한 대통령 선거일에 맞춘 개헌 국민투표 논의는 한 발짝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이날 오후 예정됐던 우 의장 주재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회동도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측의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인해 전면 취소됐다"고 했다. 우 의장은 회동에서 4월 임시회 일정 협의와 함께 개헌,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지지율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은 앞으로 ‘이 대표만 개헌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대선 잠룡 후보 대부분이 개헌에 긍정적인 상황에서 이 대표를 포위하는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대통령 권한분산 여론이 커진 만큼 향후 중도층 표심이 개헌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다만 이 대표가 계속 반대하면 방법이 없는 만큼 국민의힘도 개헌 실현을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개헌으로 국면을 전환할 경우 ‘블랙홀’이 될 수 있다"며 "야당 입장에서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은) 여당에 당권을 유지하게 하고 출구의 길을 모색할 수 있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장보경 수습기자 jb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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