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층 거센 반발…의장실 ‘표정관리’
수위 갈수록 도 넘는데 ‘자중 목소리’ 없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개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에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강성 지지층의 ‘좌표찍기’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재명 대표 또한 “내란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자 우 의장을 향한 비판이 더 거세졌다. 개헌 관련 내용을 언급한 우 의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4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여론이 들끓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우 의장은 이 대표가 입장을 발표한 이후에도 입장문을 게재했다. 지난 7일 우 의장은 “국회 양 교섭단체 당 지도부가 대선 동시 투표 개헌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며 “개헌은 제 정당 간 합의하는 만큼 하면 된다”고 했다. 이 대표가 국민투표법 개정을 전제로 대선 전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계엄요건 강화 등 개헌에 일부 여지를 둔 것을 ‘동의 입장’으로 해석한 것이다.
이를 두고서도 강성 지지층은 집중포화에 나섰다. 우 의장 게시물에 달린 2000여개의 댓글 중엔 “이 정도면 똥고집”, “수박들이랑 국짐(국민의힘을 비하하는 용어)이랑 같이 뭘 하겠다고 그러느냐. 그리 안 봤는데 빌런(악당)이셨다”는 내용이 이어졌다.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이 개헌에 찬성하자 이들을 ‘수박’이라고 지칭한 것이다. 이 대표가 “대선 종료 후 신속하게 공약대로 하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뉴스 화면을 댓글로 남긴 지지자도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반발이 터져나왔다. 반대 의견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일부 의원은 ‘국회의장 놀이’, ‘개헌은 개나 줘라’ 등 거친 언사를 보이기도 했다.
의장실은 예상치 못한 반응에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관계자는 “의장님 말씀은 이 대표도 (개헌이) 어렵지만 가능한 부분은 하자는 얘기를 했다는 취지”라며 “대선 이후에는 개헌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어 말씀하신 것인데, 저희가 표현이 정제되지 못했는지 다른 분들이 당황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는 국민의힘이 개헌에 찬성할수록 강성 지지층들의 비난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들 강성 지지층의 ‘좌표찍기’가 되살아나 이 대표 1강 상황인 민주당 경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선 과정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 이 대표의 중도 확장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의 좌표찍기 등 상황에 대해 “이 대표 중도 확장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면서 “이 대표가 ‘우 의장도 하나의 제안을 한 것일 뿐 우리가 공격할 대상이 아니다.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좋은 것은 (이 대표 말대로) 대선 후보가 개헌을 공약에 넣고 구체적인 로드맵까지 제시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국민이 어떻게 보겠느냐, 자제해달라고 호소하는 것이 리더의 자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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