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이 ‘이재명 우위 판 흔들까’ 우려
강성 지지자들 들고 일어서 ‘수박’ 비판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선·개헌 동시 투표’를 제안했다가 더불어민주당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문자 폭탄’을 맞고 있다. 이른바 ‘내란 세력’과의 대결로 짜였던 조기 대선 구도에 개헌 이슈가 더해지면서 이재명 대표 우위로 흘러간 대선판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일며 강성 지지층들이 ‘개헌 저지’로 들고일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우 의장은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의 해제 결의안 처리를 이끌며 민주당 지지층의 열렬한 찬사를 받았지만 지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개헌 수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이재명 대표 팬 커뮤니티인 ‘재명이네 마을’에는 개헌론을 꺼낸 우 의장을 비판하는 글 수백 건이 올라왔다. "개헌 수괴가 긴급비상개헌령을 내렸다" "내란성 위염에 이어 개헌성 위염까지 앓게 됐다"는 내용이 다수였다. 대체로 우 의장의 개헌 제안이 이 대표 중심의 정권 교체를 방해하는 일종의 자기 정치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은 문자 폭탄을 보내자며 우 의장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했으며, 우 의장 후원금 취소 방법을 안내하는 글도 다수 올라왔다.
또 전날 오후 4시 기준 개헌 담화문을 올린 우 의장의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1400여 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는데, 대부분 개헌에 반대하는 지지층들이 남긴 댓글이었다. 이 중에는 우 의장에게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이라는 비이재명계를 비판할 때 사용했던 비하까지 써가면서 원색 비난하는 내용도 다수 있었다.
심지어 개헌 찬반 입장을 이 대표에게 맞서는 ‘척도’로 규정하고, 색출에 나선 듯한 양상까지 나타났다. 실제 민주당 일부 의원들에게는 강성 지지자들로부터 찬반 입장을 밝히라는 문자들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비명계에선 개헌 찬성 입장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두관 전 의원은 "개헌 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제7공화국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며 "제7공화국을 위해 임기를 2년 단축해야 한다면 기쁘게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 지사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모두 우 의장의 ‘대선·개헌 동시 투표’에 찬성하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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