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웹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불법 유통도 고도화되고 있다. 서버를 해외 여러 곳에 분산시키거나 작품명을 은어로 바꿔 인공지능(AI) 기반 탐지를 피하는 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사람의 개입을 기반으로 한 정밀한 기술력과 운영 시스템으로 해외 불법 사이트에 맞서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불법유통 대응팀은 올해 1분기 주요 단속 성과로 4개의 대형 글로벌 불법 웹툰, 웹소설 유통 사이트를 폐쇄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동남아시아 최대 웹툰 불법 사이트 ‘망가쿠’ 폐쇄다. 월 방문 수 1800만 회에 달하는 이 사이트는 2008년부터 약 17년간 최소 수백 편에 달하는 K 웹툰들을 불법으로 유통해왔다. 신원이 특정되지 않아 추적이 어려웠던 운영자는 저작권자들의 수많은 경고와 요청에도 무응답으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카카오엔터가 최근 자체적 기술로 신원을 특정했고, 직접 경고 연락을 취해 이를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카카오엔터만의 추적 노하우와 감식력을 바탕으로 불법 사이트 운영자를 추적하고, 불법 사이트의 자진 폐쇄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카오엔터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만 총 3개의 불법 사이트가 운영자 신원이 특정되자 자진 폐쇄를 결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까지 누적 대응 실적은 25건에 달한다.
카카오엔터는 2016년부터 불법 유통에 대응해왔다. 2021년에는 업계 최초로 ‘불법 유통대응팀’을 정식 조직으로 설립했다. 이 조직은 불법 콘텐츠의 유통 경로를 추적하고, 사이트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해 현지 수사기관과 공조하거나 법적 대응에 돌입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사람의 *가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술로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다. 카카오엔터 관계자는 “AI 기반 기술만으로는 추적에 한계가 있다”며 “불법 유통자들은 작품명을 변형하거나 자체 번역을 통해 콘텐츠를 유통하기 때문에 현지어와 커뮤니티 문화에 익숙한 인력이 직접 들여다보고 추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불법 유통대응팀에는 현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포진하고 있다. 북미, 동남아,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불법 사이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가의 문화와 언어, 법 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이들은 디스코드나 텔레그램 등 폐쇄형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번역 그룹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복잡하게 얽힌 서버 구조와 도메인 이동을 분석해 운영자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불법 사이트로 인한 피해는 금전적인 손실에 그치지 않고 있다. 불법 유통된 콘텐츠는 저품질 번역과 작화로 인해 작품의 퀄리티가 떨어지고, 이는 창작자의 권익에도 큰 타격을 준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로 일부 작가는 “정식 플랫폼보다 불법 사이트에서 조회수가 더 높다”며 피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해외에서 자체적으로 불법 번역 그룹이 결성돼 기부를 받으며 콘텐츠를 유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엔터는 현재 국내 주요 웹툰 플랫폼 7곳과 함께 ‘웹툰 불법유통 대응협의체(웹대협)’를 구성해 공동 대응에도 나서고 있다. 이들은 불법 사이트에 대한 공동 탄원서를 제출하고, 대응 결과를 ‘백서’로 정리해 업계와 공유 중이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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