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음악 거장 진은숙 예술감독
진은숙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은 세계적으로 불안의 시대가 끝나고 평화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본숙·통영문화재단 제공
“젊고 유능한 한국인 연주자가 점점 많이 나오고 있잖아요. 음악제도 그에 따라 점점 더 좋아지고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세계적 작곡가 진은숙(64)은 6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올해 축제의 성과를 이렇게 정리했다. 진은숙은 쇤베르크상(2005), 모나코 피에르 대공 작곡상(2010), 시벨리우스 음악상(2017)에 이어 지난해에는 ‘클래식 노벨상’으로 불리는 에른스트 폰 지멘스상까지 받은 우리 시대 현대음악의 대가다. 통영국제음악제의 격을 말 그대로 ‘국제적’ 수준으로 높인 예술감독으로 평가된다.
●“위협받는 민주주의… 세계적 추세”
“‘전쟁 레퀴엠’은 제가 좋아하는 곡입니다. 선곡은 이미 2년 전에 했는데 상황이 공교롭죠. 세계적으로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는 시대잖아요. 제가 있는 독일도 그렇고 한국도 마찬가지고요. 여러 가지로 불안한 시대가 얼른 끝나고 평화가 오길 바랍니다.”
축제의 대미를 장식하는 ‘전쟁 레퀴엠’ 선곡에 대해 진은숙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무려 29개의 다채로운 공연이 무대를 수놓았다. 마지막 공연을 지휘한 성시연과 쇤베르크, 말러의 가곡을 소화한 황수미까지 여성 음악가들의 활약이 돋보인 축제이기도 하다.
●“헌재 결정문, 가장 아름다운 문장”
개인적으로 진은숙은 다음달 18일 독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세계 초연되는 오페라 ‘다크 사이드 오브 더 문’ 작곡을 마치기도 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극심했지만 그래도 끝낸 덕에 이렇게 마음 편하게 음악제를 즐기는 건 거의 처음”이라고 했다. 내년 축제 라인업은 이미 완성됐다고 한다. ‘작은 힌트라도 줄 수 없느냐’는 요청에 그는 “그럴 수 없다”고 단칼에 잘랐다. 그러면서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세계 톱클래스 연주자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과 관련해서는 ‘예술가 개인의 의견’이라는 전제를 달고 한마디 덧붙였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낭독한 결정문은 아마 한국말로 쓰인 가장 아름다운 문장이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독재의 시대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최근 상황을 보면서 정말 힘들었어요. 그래도 이번 결정을 보며 한국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통영 오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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