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호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스마트폰과 SNS가 실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최근 호주에서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가운데 스마트폰과 SNS가 실제로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갑론을박하며 다양한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391명의 미국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거의 항상(almost constantly)'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10년 전에 비해 22%p 증가한 수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미국 청소년을 조사한 결과 우울증을 겪는 청소년은 2010년 16%에서 2015년 21%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청소년 자살률은 10만명당 5.4명에서 7명으로 증가했다.
미국 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저서이자 미국 베스트셀러인 '불안세대'에서 "청소년 정신질환이 급증하는 시기와 스마트폰을 널리 사용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면서 "스마트폰 사용이 현실 세계에서 사회성을 높이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을 밀어냈다"라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사춘기 전 여학생의 과도한 SNS 사용이 우울증과 불안도를 높이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다수의 과학자들은 하이트의 견해에 대해 반대한다. 2020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사용과 정신건강 사이에 평균적으로 연관성이 매우 적다'는 결론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미국 과학, 공학, 의학 아카데미는 지난해 SNS가 청소년 정신건강에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청소년의 정신건강과 디지털 기술 사용의 연관성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이유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가 청소년의 상태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응답자가 스스로 SNS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하지 못하거나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SNS가 우울증을 유발하는지, 우울증이 있는 청소년이 SNS를 많이 사용하는지 등 인과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스마트폰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는지 등 다양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 성소수자를 포함한 소외 계층은 온라인에서 소속감을 느끼는 커뮤니티를 찾으며 정신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반면 SNS에서 자해, 자살에 대한 콘텐츠를 본 청소년이 자해 행위로 사망하는 사례도 있다.
육아를 연구하는 제니 라데스키 미시간대 연구원은 "저소득층 청소년, 감정 조절 문제가 있는 청소년 등 SNS를 통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청소년을 파악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연구자들은 SNS 운영 기업이 청소년이 온라인에서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자들은 부모가 자녀의 디지털 기술 사용을 제한할 때 가치관, 일상을 고려해 자녀와 가족의 상황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규칙을 만들 때는 부모와 자녀와의 대화가 필수다.
미국 심리학자 캔디스 오저스는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시간을 놓고 부모와 자녀가 다투는 대신 자녀가 충분한 수면과 운동을 하고 있는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지,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자녀의 현재 상황과 어려움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이를 반영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는 시간을 재분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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