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수용 약 50만원…한국서는 64만8000원
해외 이용자 차별 이유는 미국 상호관세 영향?
'마리오 카트 월드' 게임도 무려 9만원 '최고가'
혁신은 그닥…닌텐도 주가 최고치 경신 '고평가'?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8년 만에 돌아온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2'가 오는 6월 5일 출시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작 '스위치'가 2024년 말까지 1억5000만대 이상 판매된 베스트 셀러였기에, 후속작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공개된 가격 정책에 한국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유독 일본 내수용 가격만 저렴하고, 해외 판매 가격은 훨씬 높게 책정됐기 때문이다.
한국닌텐도에 따르면, '스위치2' 일본 내수용 기기의 발매가는 4만9980엔(약 50만원)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64만8000원에 발매되며, 미국 가격 역시 449.99달러(약 66만원)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처럼 해외판 가격이 일본 내수용보다 30% 이상 비싸게 책정되면서 소비자들의 불평이 거세다. 심지어 한국에서는 소니의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5(57만원대)'보다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싸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닌텐도 측은 "일본에서도 해외판 기기는 6만9980엔(약 70만원)에 판매한다. 한국만 특별하게 비싼 가격을 책정한 것은 아니다. 지역별 시장 상황에 맞춰서 발매가를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일본 내수용 기기는 "일본어만 지원한다. 닌텐도 계정 역시 일본 지역에 한해서만 연동이 가능하다는 차이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불만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일본에서 저렴하게 구매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꼼수"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미국 정부가 일본에 부과하는 24%의 상호관세가 가격 책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닌텐도가 관세로 인한 공급망 충격에 대비해 완충 지대를 구축하고자 이 같은 가격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미국의 관세 영향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이어서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부품 가격 상승 및 물류비 증가도 '스위치2' 가격 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일본경제신문 니혼게이자이는 "(일본에서) '스위치 2'의 가격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5(7만9980엔)보다 저렴하지만, 전작 스위치(스탠다드 모델 3만2978엔)보다 약 1만7000엔 높다. 이는 게임용 반도체와 같은 전자부품 가격의 상승과 물류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존 '스위치' 제품의 엔비디아 SoC 가격은 80달러 수준이었으나, '스위치2'의 신형 프로세서는 130~15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위치2'의 성공 여부는 결국 독점 게임 라인업이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투자기관 TD코웬은 "스위치2에 중요한 것은 마리오카트나 포켓몬 시리즈와 같이 매력적인 게임 타이틀을 갖춰내는 것"이라며 킬러 타이틀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스위치2' 출시와 동시에 발매될 '마리오 카트 월드'의 가격이 80달러(약 9만원)로 책정돼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닌텐도의 최고가 게임이었던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보다 더 비싸다.
이는 게임사들이 최근까지 유지해 온 70달러 가격 장벽을 넘어선 것으로, 커뮤니티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가격"이라는 반응이다. 결국 게임기와 게임 타이틀의 가격 인상이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힐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런 가격 논란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스위치2'의 초기 판매량에 대해선 대체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려 8년 만에 나오는 닌텐도의 차세대 게임기어서 충성 고객들의 수요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리딩투자증권은 "스위치2의 출시로 작년에 이연되었던 구매 수요가 올해 폭발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신제품 출시 효과로 닌텐도가 2023년 기록한 매출 약 1300억원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UBS 증권의 스이지 요시요시 애널리스트 역시 "과거 하드웨어의 세대 교체와 비교하면 활성 사용자가 상당히 많고 기존 사용자로부터 상당한 양의 교체 수요를 기대할 수 있다"며 출시 첫해 판매량을 2400만대로 예측했다.
미국 투자자문회사 샌포드C 번스타인의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출시 첫 분기에 600만~8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17년 스위치(270만대)와 플레이스테이션5(450만대)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칸탄 게임스의 세르칸 토토 최고경영자(CEO)는 "첫 해에는 가격이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이후에 더 타이트한 엔터테인먼트 예산을 가진 가족 소비자들에게 닌텐도가 어필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스위치2'는 가격이 인상된 만큼 7.9인치로 더 커진 디스플레이, TV 연결 시 최대 4K 영상 출력 및 최대 120fps 게임 대응, 자석식으로 견고하게 고정되고 마우스처럼 조작 가능한 '조이콘2', 향상된 CPU(중앙처리장치) 및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 8배 증가한 256GB의 저장 용량, 게임 중 친구와 채팅이 가능한 '게임챗' 기능 등 다양한 부분에서 성능 향상을 이뤘다.
하지만 성능을 높였음에도 화질은 '플레이스테이션4'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기존 스위치가 플레이스테이션보다 비교적 저렴한 덕에 초등학생 사이에서도 인기를 얻었으나, '스위치2'의 가격은 이러한 대중성을 간과한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위치2' 출시 기대감에 닌텐도 주가는 지난 1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비중도 늘어나고 있어 시장의 불확실성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번스타인은 '스위치2'가 공개된 직후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으로 주가가 조정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빈 주 애널리스트는 "닌텐도 현재 주가는 역사적으로 볼 때 고평가된 상황"이라며 "신제품 발표 뒤 주가 하락폭이 이전보다 더 뚜렷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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