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유통]헌재,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
2017년에도 파면 이후 소비심리 개선
그래픽=비즈워치
[주간유통]은 한주간 유통·식음료 업계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들을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드리는 콘텐츠입니다. 뉴스 뒤에 숨겨져 있는 또 다른 사건들과 미처 기사로 풀어내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들려드릴 예정입니다.[편집자]
122일
지난해 12월 3일. 연말 대목을 준비하며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던 유통업계에 말 그대로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계엄 사태로 연말 분위기는 얼어붙었습니다. 길거리는 텅텅 비고, 잡았던 송년회 약속들은 하나둘 취소됐습니다.
계엄은 곧 해제됐지만 '계엄 정국'은 '탄핵 정국'으로 이어졌습니다. 대로에서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고 모든 이슈는 대통령이 탄핵되느냐, 기각되느냐로 모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살아날 리 없겠죠.
여기에 다른 이슈들까지 쏟아졌습니다. 한 번 치솟은 원자재 가격이 내려올 줄 모르면서 기업들은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습니다. 환율도 문제고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끊임없이 주변국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인 4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거리에서 탄핵 찬성 집회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파면이 결정되자 환호성을 지르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여기에 날씨까지 난리입니다. 3월 초에 2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가 왔다가, 그 다음엔 눈이 오기까지 합니다. 침체된 연말 경기는 연초, 설 연휴에도 살아나지 않았습니다. 불황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점점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심리가 얼어붙었다는 건 지표로도 드러납니다. 지난해 11월까지 줄곧 100을 넘었던 소비자심리지수는 계엄 사태가 있었던 12월 88로 추락했습니다. 올해 들어서도 91, 95, 93으로 100을 크게 밑돕니다.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가 그만큼 좋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탄핵 이슈가 빠르게 마무리되길 바라는 사람이 많았던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면서 일단 계엄·탄핵 이슈는 종료됐습니다. 목표를 이룬 쪽도, 이루지 못한 쪽도 헌재의 결정을 따르겠다고 밝히면서 일각에서 우려했던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남은 건 그간 멈춰 있었던 경제 시계를 다시 정상화하는 일입니다.
소비심리는 돌아…온다!
탄핵 이후 유통업계는 늦은 봄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이 역시 의견이 엇갈립니다. 우선 이전 사례를 보면 탄핵 이슈가 마무리되면 소비 심리는 돌아오는 추세를 보입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소비자심리지수 추이를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태블릿PC에서 시작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시작되며 '탄핵'이라는 이야기가 처음 언급된 건 2016년 10월 말입니다. 이후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고요. 3개월 후인 이듬해 3월 10일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의 파면을 결정했습니다. 탄핵 이슈가 부각되기 전인 2016년 10월의 소비자심리지수는 103이었습니다.
탄핵 이슈가 불거지며 96, 94로 떨어지다가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의 충돌이 극심했던 2017년 1월엔 93까지 하락했습니다. 그러다 탄핵 직후인 4월엔 102로 평균 이상 수준을 회복했죠. 상승곡선은 여름 시즌까지 이어집니다. 이후 1년 가까이 소비자심리지수는 100을 웃돕니다. 정치 혼란이 해결되자, 경제도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표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사거리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모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25.4.4
실제로 업계에서도 탄핵 이후 소비가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탄핵 정국이 길어지며 민심이 흉흉해져 외식업도 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었다"며 "이제 정국이 정상화되면 소비자들도 여유를 갖고, 소비도 진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도 "국정 불확실성이 해소되서 소비심리도 점차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일상 속 즐거움을 빠르게 회복해 주류 소비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비상계엄 이후 휑해진 명동 거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오는 6월 초 치러질 대선 역시 소비 진작에 좋은 이벤트라는 평가입니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기 때문에 대선은 소비 성향을 개선시키는 매우 긍정적인 이벤트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이후 치러지는 대선은 소비 성향 상승과 심리 개선에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길지 않은 기자 생활 동안 두 번째로 대통령이 탄핵되는 일을 겪었습니다. 탄핵에 찬성했든, 반대했든 앞으로 경기가 살아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 모든 게 결국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이니까요.
앞으로 두 달 남은 대선까지 모두의 예측대로 소비 심리도 살아나고, 거리도 다시 북적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대통령이 되고 또 그 다음에 누가 그 자리에 오르든, 세 번째 탄핵은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바람일 겁니다.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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