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매 나선 외국인, 1.5조원 순매도
삼성전자, 6만전자 붕괴
1년 5개월간 금지됐던 국내 주식시장 공매도가 재개된 3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공매도 재개, 상호관세 우려 속에 전장보다 76.86p(3.00%) 내린 2,481.12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매도가 1년 5개월 만에 전면 재개된 첫날 외국인 투매에 블랙먼데이 공포가 현실화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를 앞두고 지난주 미증시가 급락한데다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재개되자 외국인의 이탈이 거세진 것으로 풀이된다.
3월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장 대비 76.86p(3.00%) 급락한 2481.12에 거래를 마쳐 2500선이 무너졌다. 코스피 지수가 종가 기준으로 2500선을 밑돈건 지난달 4일(2481.69)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약 62조원이 증발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 대비 3.01% 하락한 672.85에 마감했다. 증시를 끌어내린 건 믿었던 외국인이다. 이날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794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2022년 1월 27일(1조7142억원) 이후 3년 2개월만에 최대 규모다.
미국발 관세 공포와 공매도 재개에 따른 경계심이 외국인의 매물 출회를 키운 것으로 분석된다.
유안타증권 김용구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악재와 변수들이 몰려있는 구간으로 진입하다 보니 속절없이 흘러내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문제는 공매도, 관세 등 변수들의 속성이 그 자체로도 부담이 크고 시장에서 얼마큼 영향을 미칠지 파악하기 어려워 매물 압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줄줄이 주저앉았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장 대비 3.99% 하락한 5만7800원에 장을 마쳐 '6만전자'를 내어줬다. 이외에도 SK하이닉스(-4.32%) 삼성바이오로직스(-3.34%), 현대차(-3.80%) 등이 일제히 급락했다.
업종별로는 이차전지주의 낙폭이 컸다. 공매도가 재개하자 실적이 부진하고 대차잔고 비율이 증가한 이차전지주가 타깃이 됐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6.04%)과 삼성SDI(-5.47%)가, 코스닥 시장에서는 에코프로비엠(-7.05%)과 에코프로(-12.59%)가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하방 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세 불확실성과 공매도 재개 외에도 1·4분기 실적 시즌, 미국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귀환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1·4분기 실적 발표와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 및 재무부 환율 보고서 등을 예상했을 때 전반적인 분위기는 증시에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당분간 반등이 나오기는 어려운 환경"이라고 내다봤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4월 발표 예정인 미국의 3월 ISM 제조업 PMI와 고용 지표들에 대한 눈높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지고 있어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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