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카카오톡이 이달 베타테스트를 걸쳐 오는 6월 도입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친구톡 업데이트' 서비스에 칼을 빼들었다. 방통위는 최근 카카오톡에 "SNS 사업자도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문자중계사, 문자판매사업자와 동일한 스팸 방지 및 예방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톡의 '친구톡'은 2016년부터 출시된 기업 전용 광고 메시지 서비스다. 카카오톡을 이용하는 기업이 자사 채널에 직접 친구를 등록한 이용자들에게 광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기획됐다. 문자판매사업자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저렴한데다 사진, 영상도 함께 전송할 수 있어 기업 고객들에게 각광받았다.
카카오톡은 기업용 메시지 시장이 연 1조5000억원 규모로 커지자 연내 '친구톡'의 업데이트 버전을 내놓기 위해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데이트된 친구톡은 기존 버전과 달리 기업이 자사 채널을 친구로 등록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에게도 광고성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다. 카카오에서 자체적으로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기업 고객이 받은 '제 3자 정보 제공 동의'를 빌려 광고 메시지를 보내는 형식이다.
이같은 카카오의 새 서비스 출시 사실이 알려지자 정보통신(IT)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이동통신사 등 문자발신사업자들을 통해 보내는 '스팸 메시지'와 사실상 유사한 서비스지만, 기존 IT업계에 적용되던 규제와 책임을 부여할 기관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문자발신사업자들은 정보통신망법 제55조에 따라 스팸으로 간주되는 광고성 정보를 전송한 자의 행정조치를 도울 의무가 있다. 방통위에 해당 가입자의 이름, 주소 등이 기재된 가입신청서 및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 방통위는 지난해 말부터 스팸 관련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지난해 11월 '불법 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동통신사와 문자중계사에 불법 스팸을 방치하거나 묵인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대량 문자 발송 사업자에게도 전송 자격을 의무적으로 인증받도록 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올해부터는 매달 스팸성 메시지를 많이 보낸 문자사업자 상위 50개 업체의 실명을 공지하는 '대량문자사업자 월별 스팸신고 건수'를 누리집에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반발이 거세지자 방통위는 카카오에 기존 문자발신사업자들과 동일한 스팸 방지 책임 의무를 통보했다. 카카오와 같은 SNS사업자도 정보통신망법 제55조 '광고성 정보 규제'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해당 규제의 적용 근거로 '누구든지'를 꼽았다. SNS 사업자도 이동통신사와 함께 동일한 규제 대상이라는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광고성 스팸을 발송한 자에 대한 시정조치 및 과태료 부과를 명령했다"며 "카카오가 이를 따르지 않고 친구톡 업데이트에 나서면 과태료 등 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성 정보를 위해서는 플랫폼 내부에서의 사전 동의가 필수적이며, 스팸메시지 예방 및 전송 현황 등을 방통위와 공유해야 한다는 의무도 통보했다.
IT업계의 반발에 '기업들의 사전 동의'를 근거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은 카카오도 방통위가 규제를 통보하자 협상 테이블에 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는 지난달 18일까지만 해도 "친구톡은 기업 고객이 이미 동의를 받고 전송하는 메시지 서비스"라며 "내부에서 별도 운영정책과 정화 시스템을 두고 제재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불법 스팸 메시와는 거리가 멀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방통위가 나서자 현안 파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에 따르면 "최근 규제 대상임을 고지하자 카카오도 어느 정도 수긍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라며 "기존 업계가 어떤 규제를 받고 있으며, 어떤 조치를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당초 6월 상용화 준비 중으로 알려졌던 친구톡 업데이트 버전의 출시도 늦어질 전망이다. 방통위는 "규제를 파악하고 협상하는 데 2개월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다"며 "협상이 빨리 진행되더라도 6월에 출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예상했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