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특사, 미국과 북극 포함된 에너지 사업 논의…"천연 자원 개발 협력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관계 정상화에 나선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손에 넣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은 놀랄 일이 아니라면서,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국가와 북극에서 프로젝트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28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의 북극 항구인 무르만스크에서 개최된 정책 포럼에서 연설을 가진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이미 19세기에도 그린란드를 통제할 계획을 고려했었다며 "처음에 보면 놀랄 수 있지만, 지금 미국 행정부에서 나오는 이야기를 과장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이 북극에서 지정학적, 군사적,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체계적으로 확대할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정부가 그린란드를 영향권 하에 두기 위한 작업을 계속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미 부통령 J.D 밴스와 부인인 우샤 밴스는 그린란드에 방문해 개썰매 경주를 관람하는 등 문화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그린란드와 덴마크 측의 반발로 인해 미군기지만 방문하기로 일정을 축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편입 시도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던 푸틴 대통령은 북극에서 이뤄질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활동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그는 "우리는 나토 회원국이 북극을 잠재적 갈등 지역으로 묘사하는 것에 대해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북극에서 누구에게도 위협을 가한 적이 없지만,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군사력을 강화하고 인프라를 현대화함으로써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의 주권에 대한 어떠한 침해도 허용하지 않을 것이며, 극지방의 평화와 안정을 지원하는 동시에 국가 이익을 확실히 보호할 것"이라고 말해 북극 지역에 대한 권리 보호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우리에게 우호적인 국가와 공동 작업에 관심을 보이는 서방 국가를 포함해 북극에서 국제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는 더 광범위한 기회가 생길 것"이라며 "그러한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라고 말해 북극에 대한 공동 개발도 가능하다는 태도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AP> 통신은 "러시아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줄어드는 극지방 얼음이 자원과 운송 경로에 대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에 따라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와 경쟁하며 북극의 광범위한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주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은 러시아 직접투자기금(RSIF) 책임자이자 푸틴의 국제투자 특사로 미국 관리들과의 회담에 참석했던 키릴 드미트리예프가 지난달 기자들에게 러시아와 미국이 합작 에너지 사업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면서 이 프로젝트에 북극 지역이 포함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 역시 "크렘린(러시아 대통령실)은 북극이 러시아의 전략적 이익 지역이라고 말하며, 2월에 러시아와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유럽 동맹국을 불안하게 만든 빠른 관계 정상화를 시작하면서 천연 자원 개발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고 보도해 미러 간 북극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전망했다.
통신은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주 무역 상대를 유럽에서 아시아로 옮겼는데, 이 과정에서 북극해를 통과하는 북해 항로(NSR)를 통한 상거래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해 NSR을 통해 러시아 항구에서 중국으로 가는 석유 선적이 예년에 비해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은 "푸틴은 이 지역의 투자 프로젝트에서 러시아와 협력할 준비가 된 외국 파트너는 좋은 수익이 보장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러시아의 북부 항구를 확장하고 북극에 상선 함대를 건설할 것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는 핵 추진 쇄빙을 포함한 차세대 쇄빙선의 지원을 받게 된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북극을 통해 석탄 및 기타 화물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국내 사업자의 효과적인성장을 위한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또한 합작 투자 창설에 열려 있다"고 말했다.
▲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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