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100% 진화
단비·낮아진 기온에 화마 기세 급속하게 약화
산청은 주불 안잡혀…강풍에 재발화 가능성도
사진=연합뉴스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돼 북동부 5개 시·군으로 확산한 역대 최악의 산불이 마침내 모두 꺼졌다. 지난 22일 오전 11시24분께 의성 안평면 괴산리 야산에서 성묘객 실화로 산불이 발생한 지 149시간여 만이다. 27일 밤과 28일 새벽 사이 비가 내리고 바람도 잦아들면서 확산세가 확 꺾인 데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총력 진화에 나선 산림당국의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는 28일 오후 2시30분께 영덕, 4시께 영양, 5시께 청송 및 안동의 주불을 각각 잡아 지난 1주일간 이어진 경북 일대 산불 진화 작업이 모두 마무리됐다고 발표했다.
영덕 산불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진화율이 65%에 불과했으나, 새벽 사이 내린 단비와 상승한 습도, 낮아진 기온 등으로 진화 여건이 크게 개선됐다. 산림청 관계자는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밤새 내린 비로 산불 확산 속도가 둔화하고, 헬기 운용에 장애로 작용하는 연무도 잦아들었다”며 “이처럼 유리한 기상 환경이 조성된 덕에 진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5시 기준 63%에 머물던 평균 진화율은 이날 낮 12시 기준 94%로 치솟았다.
1주일째 이어진 이번 경북 산불에 따른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 기준 4만5157㏊로 집계됐다. 역대 단일 산불 기준 최대 규모로 서울 면적(6만ha)의 80%에 달한다.
인명 피해도 역대 최대다. 사망 28명, 중상 9명, 경상 28명 등 총 65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경남 산청지역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낮 12시 기준 진화율이 93%까지 올라왔지만 지리산국립공원을 포함한 화재 구역에 여전히 강한 바람이 불어 낙엽 밑이나 나무둥치 속 잔불이 재발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국은 헬기 43대와 인력, 장비를 집중 투입해 5㎞가량 남은 화선을 모두 잡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산불 진화에는 주한미군이 보유한 치누크(CH-47) 기종을 포함해 미군 4대, 국군 13대 등 군 헬기 17대도 투입됐다.
역대급 火魔 '150시간의 사투'…막판엔 단비가 도왔다
뒤늦은 단비에 확산세 주춤…'태풍급 강풍'도 잦아들어
경북 북부지역을 집어삼킨 ‘괴물 산불’이 비가 내리고 바람이 잦아들면서 발생 149시간 만인 28일 오후 5시께 모두 진화됐다. 산림당국이 주불을 진화할 ‘골든타임’으로 보고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필사의 진화 작업에 나선 결과다. 다만 이번 주말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이 예고돼 있어 산림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소방·군·경·사무 공무원까지 ‘총동원’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완전 진화가 어려워 보이던 영남권 주요 산불 진화율은 이날 오후까지 급격히 올라 경북 안동, 영덕 등 5개 시·군에 발생한 산불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의성군 지역자활센터 앞 상황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날 오후 2시30분 영덕 지역을 시작으로 오후 5시부로 의성, 안동, 청송, 영양 지역의 모든 주불이 진화됐다”고 밝혔다.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전국에서 산불 진화 헬기 109대, 진화 인력 8118명, 장비 967대를 투입해 대대적인 진화 작전을 벌였다. 헬기는 경북에 79대, 경남에 30대가 집중 배치됐으며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헬기도 50여 대 지원됐다. 소방 인력 2382명과 군·경찰 2282명도 현장에서 작전을 펼쳤다.
이번 산불은 지난 21일 경남 하동과 산청에서 시작돼 경북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지로 확산했다.
◇영덕·영양 순으로 주불 잇따라 잡혀
진화대원의 악전고투가 있었지만 비의 도움도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까지 번지면서 7일째 이어졌다. 산림당국은 건조한 날씨에 마른 나무, 강풍, 험한 지형 등이 겹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온통 매캐한 연기가 들어차 진화의 주력인 헬기 운용도 쉽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27일과 28일 사이 의성을 비롯해 안동, 청송, 영양, 영덕에 비가 내렸다. 1㎜ 안팎으로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산불이 번지는 속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안동 지역에는 28일 0시가 지난 직후 우산이 필요할 정도의 비가 20분 정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바람 속도도 초속 2∼3m로 느려졌다.
이에 산림당국은 28일 날이 밝자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해 불길을 잡았고 이날 오후 5시를 기해 경북 산불 주불 진화를 선언한 뒤 잔불 진화와 뒷불 감시에 들어갔다. 산림당국 관계자는 “적은 양이지만 산불 진화에는 엄청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피해 내고 진화
이번 불로 축구장 6만3245개, 여의도 면적의 156배에 달하는 국토가 잿더미로 변했다. 몸집을 불린 ‘괴물 산불’이 한때 초속 27m 강풍을 타고 역대 최고치인 시간당 8.2㎞ 속도로 이동한 영향이다. 산불 확산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했고,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2∼3㎞ 앞까지 불길이 근접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1주일째 이어진 이번 경북 산불에 따른 산불영향구역은 이날 오전까지 4만5157㏊로 집계돼 역대 최대 산불 피해를 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피해 범위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또 지금까지 안동, 영덕 등에서 주민 등 24명이 사망했고, 주택 등 시설 2412곳이 불에 타는 피해를 봤다.
소방당국은 주말까지 잔불 진화 작업을 이어갈 방침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29일 서울, 경기 동부, 강원 내륙에 5㎜ 미만의 적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으며 전국적으로 건조한 대기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풍도 주말까지 계속될 것으로 관측됐다. 산림청과 소방당국은 “봄철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겹치면 작은 불씨도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권용훈/안동=오경묵/류병화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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