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영덕 산불감시원 숨진채 발견, 산불 사망자 27명으로 늘어
산림청 통계이래 사망자 최대, 전국서 7곳 중·대형 산불과 사투
산불영향구역 3.6만ha, 2000년 동해안 산불보다 1만ha 넓어
[의성=뉴시스] 김금보 기자 = 26일 경북 의성군 옥산면 신계2리 기룡산에서 민가 방향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5.03.26.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지난 21일부터 경북·경남·울산·충북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10개 중·대형 산불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역대 최악의 산불 재난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현재까지 산림청이 산불 통계를 시작한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27명이 산불로 인해 대피 및 진화 과정에서 사망했다. 피해 면적도 역대 최대였던 2000년 동해안 지역 산불 규모를 1만ha 이상 넘어섰다.
2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북 영덕 산불 진화 현장에 투입됐다가 실종됐던 산불감시원 A씨(69)가 숨진 상태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전날 밤 산불 진화 작업 이후 귀가 중 도로에서 화마에 휩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사망자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이번 대형산불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27명·중상 8명·경상 22명 등 57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중 시·군민은 안동 4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9명 등 22명이다. 경남 산청 산불에 투입됐던 진화대원 4명과 전날 경북 의성 산불 진압 중 헬기가 추락해 사망한 조종사 1명도 희생돼 사망자는 모두 27명으로 파악된다. 산림청 통계상 산불 사망자수가 가장 많았던 1989년(26명)을 이미 넘어선 것이다. 연도별로 1995년 25명, 1993년·1996년·1997년 각 24명씩 산불 사망자가 발생했다.
진화율도 뒷걸음질이다.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7곳의 진화율은 △경남 산청·하동 77% △경북 의성 54% △안동 52% △영덕 10% △영양 18% △청송 77% △울산 울주 온양 76% 등이다. 경남 김해, 충북 옥천, 울산 울주는 진화가 완료됐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인근 안동과 청송을 경유해 영양과 영덕까지 덮치면서 전국 10곳의 중대형 산불 영향구역은 3만 6009ha로 크게 불어났다. 이 중 3만 5810ha에서 불길이 잡히지 않아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산불의 영향구역은 여의도(290ha) 면적의 124배에 달하는 규모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면적 2만3794ha를 1만ha 이상 넘어선 상태다.
소방·산림당국은 이날 오전 5시 현재 121대의 헬기와 9021명의 인력을 동원해 화재를 진압 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쉼없는 진화 작업에도 강풍과 고온, 건조한 날씨로 의성 산불은 영덕, 영양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안동 산불은 간밤 소강상태였으나 이날 오전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 인근 4km까지 근접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청 산불은 하동 방향으로 번졌고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를 넘어 피해가 커지고 있다.
경북 지역의 비도 강우량이 작아 산불 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임상섭 산림청장은 이날 의성 산불현장지휘소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오늘 낮 12시~오후 9시 사이 경북 지역에 5㎜ 미만의 적은 비가 예보돼 있다"며 "비의 양이 적어 산불진화에 주는 영향도 많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이 장기화하는 상황까지 고려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27일 중대본부장인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역대 최악의 산불로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며 "이재민 구호와 지원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산불이 진정될 때까지 경북 지역에 상주하며 관련 작업을 총괄 지휘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중대본은 이날 오전 이한경 차장(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주재로 정부세종청사에서 6차 회의를 열고 회의에서 산불진화 대응상황과 함께 이재민 구호, 전기·수도·통신 분야의 피해 및 복구 현황 등을 공유했다. 이 차장 "정부는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산불 확산세를 저지하고, 상황을 신속히 수습해 생활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안정된 일상을 되찾으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상헌 기자 bborirang@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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