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 이사회 선임 현황/그래픽=윤선정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가 26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올해 사업 방향을 소개했다. 최근 계속된 경기 불황 및 신작 흥행 실패로 실적 부진에 빠진 게임사들은 주주에게 사과하는 한편 법률·재무 전문가를 영입하며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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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지난해 실적 부진 사과…"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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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는 이날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일부 신작 출시에도 주주 여러분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성과로 인해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만족스러운 실적을 보여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경영진으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박 공동대표는 "올해는 과거의 엔씨소프트로 돌아가 기본을 찾고 기본을 견고히 실행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자 노력한다"며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어둡듯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기간으로 이해해 주시고 계속해서 믿고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이날 주총에서 정교화 넷플릭스코리아 정책·법무 총괄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하고 이은화 RGA 코리아 대표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 대표는 씨티은행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GE(제너럴일렉트릭) 코리아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와 CMO(최고마케팅책임자)를 지낸 재무 전문가다. 엔씨소프트가 재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해 1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행정법원 판사 출신으로 김&장 법률사무소, 한국MS(마이크로소프트) 대표변호사 등을 지낸 정 총괄은 엔씨소프트의 IP(지식재산권) 분쟁에 도움을 줄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IP와 관련해 카카오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 '롬: 리멤버 오브 마제스티'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웹젠의 'R2M'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했다. 현재 '아키에이지 워'와 'R2M' 소송은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엔씨 박병무 공동대표 /사진=이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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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올해 빅 IP 프랜차이즈 확보…AI 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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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주총에서 "빅 IP 프랜차이즈 확보를 위한 노력을 가속화하고 게임 사업의 성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라며 "크래프톤은 글로벌 30개 이상 스튜디오에 투자하며 퍼블리싱 역량을 축적해 왔다.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자체 제작을 확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오리지널 크리에이티브를 갖춘 프랜차이즈 IP를 선보일 수 있도록 더욱 속도를 내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AI 분야 R&D 투자도 확대해서 글로벌 게임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라며 "엔비디아와 같은 글로벌 AI 기업과 협업해서 새로운 시장 기회를 개척하고 있다. AI 기술력을 바탕으로 펍지, 인조이를 비롯한 다양한 게임에서 혁신적인 게임 경험을 선보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크래프톤은 이날 윤구 오토데스크 디지털·e커머스 부사장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윤 부사장은 MS, 삼성전자, 애플코리아 등 기업에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윤 부사장은 지난 2년간 크래프톤의 사외이사 및 보상위원회 위원 ESG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기업 내부 의사결정에 관여해 온 만큼 향후 크래프톤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기여할 전망이다.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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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전문가 영입으로 부진 탈출 노력…법률·재무 전문가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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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는 이날 노정연 전 대구고검장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노 전 고검장은 여성 최초 고검장으로 카카오게임즈의 법률 리스크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엔씨소프트와 저작권 소송을 진행 중이다. 또 장재문 카카오 CA협의체 전략위원회 딜지원팀 팀장도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장 팀장은 전략 기획 및 투자 전문가로 카카오게임즈의 카카오 본사와의 시너지 확대 및 실적 부진 탈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밖에도 카카오게임즈는 이날 로빈스승훈 WPP그룹 한국 대표, 정선열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고 오명전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임승연 국민대 재무금융회계학부 교수, 최영근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등 재무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지난해 4분기 6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실적 부진에 빠진 카카오게임즈는 법률과 재무 전문가를 필두로 실적 정상화를 노리는 모습이다.
한상우 카카오게임즈 대표
이정현 기자 goron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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