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의성서 시작한 산불, 안동·청송·영양·영덕 등까지 확산
피해 1.5만㏊ 넘어…세계문화유산 하회마을·병산서원 접근
만휴정·묵계사원 삼킨뒤 천년고찰 고운사까지 화마에 소실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확산하면서 25일 경북 동북부 대부분이 산불에 고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성 산불의 피해면적은 1만 5185㏊(추정치)이며, 총화선 279㎞ 중 87㎞ 구간에 대한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경북 의성군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 의성군 고운사 입구 인근에 세워진 최치원 문학관이 전소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경 경북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양곡리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은 지난 24일 안동시 길안면에 이어 25일에는 안동 풍천면과 청송군, 영양군, 영덕군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안동 풍천면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 흩어져 있어 관계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 의성 산불의 진화율은 68%로 산불 현장에는 며칠째 강한 바람이 계속돼 진화 속도가 번지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 산불은 발생 초기부터 순간풍속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며, 초기 진화에 실패했다. 22일 안평면에서 시작한 산불은 강풍을 타고 동쪽으로 번지기 시작했고, 불은 옥산면과 점곡면 등 의성군 동부를 지나 24일에는 안동 길안면, 남선면, 임하면 등으로 번졌다.
이 과정에서 상승기류 타고 불기둥이 솟아오르는 현상이나 불기둥에서 떨어진 불씨가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명 ‘도깨비불’로 불리는 ‘비화(飛火)’ 현상이 목격됐다. 산불 발생 나흘째인 25일에도 진화작업이 계속됐지만 풍향이 수시로 바뀐 탓에 산불은 동쪽과 북쪽 양 갈래로 나뉘어 겉잡게 수없이 번져나갔다.
25일 오후에는 의성에서 북동쪽 방향으로 불이 번지기 시작해 한 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하회마을·병산서원과 직선거리로 불과 10㎞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번지기도 했다. 의성군 옥산면에서 안동 길안면 방향으로 번지던 불은 드라마 ‘미스터 션사인’ 촬영지로 잘 알려진 만휴정과 근처 묵계사원을 삼킨 뒤 계속 동진했다.
이 불길은 25일 오후 안동을 넘어 청송군과 영양군, 영덕군까지 번졌다. 이번 불로 소방관 1명이 부상한 것을 제외하고 다행히 아직 인명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인근 주민 337명이 대피 중이며, 불이 안동까지 번지면서 길안면과 풍천면 등지에서도 1000여명이 대피했다.
이번 불로 통일신라시대 때 창건한 천년고찰 의성 고운사가 불에 타는 등 문화재 소실도 잇따랐다. 25일 오후 4시 50분경 의성군 단촌면 등운산 자락에 있는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가 불에 탔다. 신라 신문왕 1년(68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이 절은 경북을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이다.
보물 제2078호로 단청이 유명한 고운사 연수전도 불에 탔다. 다만 고운사가 소장 중이던 보물 제246호 석조여래좌상 등 유산은 화마가 덮치기 전 다른 곳으로 옮겨져 소실을 면했다. 크게 확산하는 산불로 고속도로와 국도에 이어 철도 교통까지 통제되는 상황이 이어졌다. 산림청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진화헬기 등 가용 가능한 공중 및 지상 진화자원을 총동원해 산불 확산을 차단하면서 주불진화에 주력해 인명과 재산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박진환 (pow1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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