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네이버 제공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가 8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돌아온다. 중국발 ‘딥시크 충격’ 이후 글로벌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새 국면을 맞은 가운데, 이 창업자가 경영 전면에 나서 인공지능 기업으로서 네이버의 새 비전을 마련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네이버는 26일 정기 주주총회에 이 창업자 겸 글로벌책임투자자(GIO)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한다. 이 창업자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은 뒤 이듬해 3월에는 등기이사직에서도 물러나 국내 경영에서 손을 뗐다. 2017년 9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창업자를 동일인(대기업집단 총수)으로 지정한 시점의 일이다. 이후 이 창업자는 네이버의 국외 시장을 개척하는 글로벌투자책임자로 일해왔다.
네이버는 지난해 국내 인터넷 플랫폼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연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적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실적은 “네이버앱 개편을 통한 트래픽 증가로 광고 매출 성장이 견인”(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러나 미래 먹거리인 인공지능 분야에선 2023년 8월 공개한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 ‘하이퍼클로바엑스(X)’가 이용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네이버는 미국 빅테크에 종속되지 않고 한국의 언어·문화적 맥락에 맞는 ‘소버린(자주적) 인공지능’의 구축을 강조했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빅테크와의 경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창업자의 복귀를 계기로 네이버가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 것이란 시각이 많다. 실제 이 창업자는 올해 첫 공개 행보에서도 ‘인공지능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대병원에서 열린 ‘디지털 바이오 혁신 포럼 2025’ 특별 강연에서 “네이버의 의료 인공지능 투자는 진심”이라며 “인공지능이라는 엄청난 물결에 과감하게 올라타야 한다. 똑똑한 사람에 먼저 투자해야 방향과 전략을 바꾸면서 잘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스타트업 육성 조직인 디투에스에프(D2SF)가 지난 10년간 투자한 기업 가운데 약 15%는 헬스케어 관련 스타트업이다. 다만 네이버 쪽은 “(이 창업자의 발언은) 회사가 공식적으로 의료 인공지능 사업에 뛰어든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창업자의 복귀를 두고 ‘네이버 리더십의 세대교체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네이버는 2021년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직원 사망 사건 뒤 조직문화 쇄신 차원에서 당시 만 40살인 최수연 최고경영자(CEO)와 40대 초반의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투톱’으로 세워 리더십을 교체한 바 있다. 하지만 3년의 임기가 이달 만료되는 후배 경영진에게 계속 네이버를 맡길 수 없어 이 창업자가 직접 나서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기 주총에서 연임을 확정하는 최 최고경영자와 달리 김 최고재무책임자는 네이버 전략 투자 대표 겸 포시마크 이사회 집행 의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신임 최고재무책임자에는 김희철 시브이(CV) 센터장이 내정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1998년 설립된 구글의 사례를 언급하며 “구글은 20여년간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에서 에릭 슈미트, 순다르 피차이로 리더가 바뀌었지만, 비슷한 시기(1999년) 창업한 네이버에서 이 창업자가 다시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는 건 회사가 그동안 새 리더십을 육성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선담은 기자 s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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