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태현 美밴더빌트대 의과대 교수 인터뷰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 의과대 교수. 사진 김기남 기자
내달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열리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 의과대 교수(사진)는 일종의 교육세션인 ‘방법론 워크숍’(Methods Workshop)에 연사로 오를 예정이다. ‘정밀 종양학을 위한 종양면역미세환경의 AI 기반 3D 공간 매핑’(AI-driven 3D spatial mapping of the tumor immune microenvironment for precision oncology)이란 주제로 강단에 올라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의 첨단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인공지능(AI)을 전공한 황 교수는 토모큐브의 기술력을 세계에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전문가로 꼽힌다. 토모큐브 제품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AI를 이용해 3차원으로 만든 황교수팀의 결과물을 본 토모큐브 관계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다. 토모큐브는 광원을 레이저에서 LED로 바꾸고 해상도를 높인 2세대 홀로토모그래피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한 기업이다.
황 교수는 “보이는 것이 곧 믿는 것”이라며 “홀로토모그래피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해 3차원으로 시각화하는 기술이 암 연구의 판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HTAN ‘표준’으로 자리 잡는 토모큐브 기술력
황 교수는 현재 미국 국립암연구소(NCI) 주도의 HTAN(Human Tumor Atlas Network) 프로젝트에서도 토모큐브의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HTAN은 종양의 3차원 지도를 제작하는 글로벌 연구 네트워크로, 황 교수는 이를 ‘표준’ 기술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포석을 마련하고 있다. 그는 “HTAN에서 사용하는 모든 데이터가 토모큐브 이미징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다른 기술도 있지만, 토모큐브 기술은 스테이닝(염색)이나 방사선을 필요로 하지 않아 가장 자연스러운 세포 분포를 관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홀로토모그래피는 기존의 형광 현미경이나 방사선 기반 이미징 기법과 달리, 외부 염색이나 표식을 필요로 하지 않고 살아있는 세포를 비침습적으로 3D 분석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이다. 이 방식은 레이저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굴절률 차이를 측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해상도 3D 이미지를 생성한다. 따라서 세포를 파괴하거나 인위적인 처리를 하지 않아, 자연 상태에서 세포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보다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 또한, 기존 기술과 달리 조직을 명확히 구별하면서도, 약물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데 유리하다.
가령 클라우딘18.2 같은 항원이 암 조직에서만 발현되는 구조적 차이를 3D로 분석할 수 있어 환자 선별과 신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는 현미경을 이용한 2D 분석이 주를 이루었지만, 홀로토모그래피를 활용하면 보다 정밀한 공간적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황태현 미국 밴더빌트대 의과대 교수가 AI와 홀로토모그래피 기술을 활용해 구현한 3차원 종양미세환경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이우상 기자
기술로 바꾸는 암 연구의 패러다임
황 교수는 머신러닝을 활용한 정밀 의료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는 “AI 기반의 3D 분석 기술은 암뿐만 아니라 자가면역질환 등 다양한 질환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앞으로 1~2년 내에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수준의 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라클과 아마존이 밴더빌트대가 있는 내슈빌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헬스케어 AI 생태계가 급성장하고 있다. 특히, 오라클이 암 백신 개발을 선언하면서 AI를 활용한 의료 혁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오는 5월 1~2일 서울에서 HTAN 미팅이 열리며, 황 교수는 HTAN의 주요 연구자들과 함께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구 협력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도 토모큐브 같은 혁신 기술이 더 많은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며, “AI와 결합한 3D 암 연구가 향후 정밀 의료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이 기사는 한경닷컴 바이오 전문 채널 <한경바이오인사이트>에 2025년 3월 21일 08시 15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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