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씨 "급여·정치자금 대납 변제금 받은 것"…김영선도 혐의 부인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 (뉴스1 DB) 2024.11.11/뉴스1
(창원=뉴스1) 강정태 기자 = 공천 대가 돈 거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창원지법 형사4부(김인택 부장판사)는 24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 씨와 김 전 의원, 김태열 전 미래한국연구소장,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예비후보 A·B 씨 등 5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명 씨 측 변호인은 명 씨가 김 전 의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단 혐의에 대해 이날 "김 전 의원실 총괄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급여와 정치자금 대납 변제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또 명 씨 측은 예비 후보자들에게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았다는 혐의에 대해선 "그 돈을 본 적도 만진 적도 없다"고 밝혔고, 증거은닉 교사 혐의에 대해선 "핸드폰을 숨기려고 한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곳에 갖다 두라고 했던 것이기에 증거은닉 교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의원 측 변호인도 "명 씨를 통해 국회의원 후보자로 추천된 게 아니기에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돈을 준 사실이 없고, A·B 씨를 후보자로 추천한 일에 관여한 사실도 없을뿐더러 이와 관련해 두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반면 김 전 소장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나 A·B 씨 측은 "김태열이나 미래한국연구소에 건넨 돈은 연구소 운영 자금을 대여한 것에 불과하고, 정치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선 검찰 측 증인 김 전 소장에 대한 증인심문도 이뤄졌다. 당초 김 전 의원의 전 보좌관 김모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그가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김 전 소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김 전 소장은 명 씨와 김 전 의원이 A·B 씨에게 공천을 약속하고 돈을 받은 데 대해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김 전 소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 미래한국연구소의 실질적 소유권, 김 전 의원과 명 씨 관계, A·B 씨가 돈을 건네게 된 경위 등을 캐물었다.
김 전 소장은 '미래한국연구소 대표이사로 등재한 경위가 어떻게 되냐'는 검찰 질문에 "명 씨가 김 전 의원 명의를 빌려 미래한국연구소를 만들었는데 2019년 업체가 여론조사 문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며 "당시 난 친인척 관계인 김 전 의원의 정치적 재개를 돕고 있어 내가 희생하는 것으로 하고 법인 대표를 니로 바꿔 검찰 조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를 만들기 전에도 다른 법인을 운영하며 전부 차명으로 운영했다"며 "미래한국연구소도 명 씨가 차명으로 운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전 소장은 '명 씨가 실제 정치적 유력 인사와 친분이 있다는 걸 들었거나 직접 목격한 사실이 있느냐'는 검찰 물음엔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김건희 여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서울시장), 이준석(의원), 윤상현(의원), 홍준표(대구시장)와 만난 걸 목격하거나 들었는데, 김 여사를 제외하곤 내가 몇차례 만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김 전 소장은 "A·B 씨는 명 씨가 유력 정치인들을 만나게 해주니 명 씨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명 씨는 A 씨를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적어도 3~4번 만나게 해줬다"며 "예비후보들, 시골에서 시의원이나 군수 이런 걸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중앙당 대표 등도 만나게 해주니 명 씨의 영향력을 크게 믿었다"고도 말했다.
그는 '명 씨가 A·B 씨에게서 돈을 받아오란 지시를 한 적 있는냐'는 검찰 물음엔 "명 씨가 A 씨에게 가면 돈을 줄 거라고 '받으라'고 해서 A 씨 사무실에 갔을 때 쇼핑백에 든 돈을 받았다"며 "그 쇼핑백에 A·B 씨가 준 돈이 들어 있었고, 명 씨가 돈을 받았는지 확인차 묻기도 했다"고 답했다.
김 전 소장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관계를 묻는 말엔 "김 전 의원이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다음 날 명 씨가 사무실에서 보좌관을 다 임명했다"며 "이날 여러 사람 앞에서 명 씨가 김영선을 당선시키는 조건이 보좌관 다 임명하기로 한 것이었다고 말했는데, 실제 명 씨가 말한 사람들이 다 보좌관으로 임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후 지역에선 김영선이 꼭두각시고 실질적 국회의원은 명태균이란 소문이 났다"며 "김영선은 어떻게든 6선이 되는 게 목표였기에 가스라이팅 당한 부분도 있겠지만, 명 씨에게 수모를 겪더라도 6선만 되고 보자는 그런 마음으로 버티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전 소장은 "명 씨에게 '윤석열·김건희한테 여론조사 비용 받으러 간 것은 어떻게 되냐'고 물으니 '김영선이가 어떻게 공천되냐고, 그 대가로 돈 공천 받은 거 아니냐'고 그렇게 나한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날 반대신문에 나선 A·B 씨 측 변호인은 명 씨 등이 받은 돈은 공천 대가가 아닌 미래한국연구소 운영 자금이라고 주장했다. A·B 씨 측은 김 전 소장이 검찰 조사 내용에 근거해 돈이 전달된 날짜 등을 추론한다며 진술 신빙성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은 또 유력 정치인과의 만남은 여러 명이 보는 자리가 과장돼 표현됐을 수 있고, A·B 씨가 여러 명이 함께한 자리로만 보고선 명 씨를 신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란 취지의 주장도 했다.
이날 증인신문이 길어지면서 명 씨와 김 전 의원 측의 김 전 소장에 대한 반대신문은 다음 기일에 진행하기로 하고 오후 5시쯤 공판이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앞으로 매주 이 사건 공판을 진행해 재판을 신속하게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9일까지 6차례에 걸친 향후 공판 일정을 이날 미리 잡았다.
다음 공판은 31일 오전 10시로 잡혔다. 다음 공판에선 명 씨 측의 김 전 소장에 대한 반대신문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공판이 끝난 뒤엔 명 씨와 김 전 의원의 구속취소 청구 심문과 김 전 의원의 보석 청구 심문이 비공개로 진행됐다. 앞서 명 씨 측은 명 씨가 구속으로 실질적 방어권이 제약되고 있고 도주 우려나 증거인멸 염려도 없다며 법원에 구속취소를 청구했다.
명 씨는 건강 악화 등 이유로 작년 12월 보석을 청구했으나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인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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