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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친구톡' 이미지. 공식 홈페이지 캡처
카카오 광고 수신에 따른 데이터 이용료를 이용자가 부담할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마케팅 수신 동의만으로도 카카오 광고는 자동 전송된다. 그때마다 데이터 이용료를 이용자가 부담하면 데이터량 소진이 빨라진다.
카카오가 자사 기업 광고 메시지 서비스 '친구톡'을 개편하면서 이용자 부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용자가 특정 기업을 친구로 추가해야만 광고 메시지를 받았지만, 개편 후에는 마케팅 수신 동의만으로도 광고가 자동 전송된다.
24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르면 6월, 올 2분기 내 친구톡 서비스를 개편해 본격 도입할 예정이다. 카카오 친구톡은 지난 2016년 출시한 비즈니스 전용 메시지 서비스로, 카카오톡채널 친구에게 광고성 메시지를 발송할 수 있다. 문자 대비 67.5% 저렴한 1건당 12.5원에 발송할 수 있다는 강점으로 카카오톡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뜨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는 기업 채널을 친구로 추가하지 않아도 마케팅 수신 동의만으로 기업 광고가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되도록 개편하는 방향으로 일부 기업들과 협업해 베타테스트 단계에 돌입했다. 기업이 이용자를 친구로 추가하지 않아도 한 번의 마케팅 수신 동의만으로 광고 메시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이번 개편으로 광고를 받는데 드는 데이터 요금을 전적으로 이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이동통신사 문자 메시지는 규제로 인해 발신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지만, 카카오톡 메시지는 인터넷 데이터를 이용해 전송돼 수신자가 데이터 요금을 내야 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친구 추가를 하지 않는 기업 광고를 받으면서 데이터 비용도 고스란히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특히 데이터 요금제에 민감한 이용자나 저용량 요금제를 쓰는 고령층·청소년 등은 더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카카오는 2016년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제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방송통신위원회는 카카오가 이용자 동의 없이 택배·우편 수신을 알리는 '알림톡'을 발송하면서 이용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이유로 시정명령과 3억4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카카오는 당시 알림톡 수신으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용자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알림톡을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발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ICT 업계에서는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광고가 규제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불법스팸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이동통신망을 통한 스팸 문자 규제를 강화했다. 스팸 문자는 방통위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규제를 받지만, 카카오톡을 통한 광고 메시지는 이에 해당하지 않아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규제 사각지대를 틈타 친구톡 등을 활용한 광고 메시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정부가 카카오의 친구톡 개편이 이용자 부담 증가 등 소비자 권익 침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 광고 메시지로 인해 발생하는 데이터 요금을 문자와 같이 발신자가 부담하는 구조를 마련하거나 이용자가 불필요한 광고를 쉽게 차단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는 카카오 친구톡 서비스와 관련해 이용자 보호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자 보호, 편의성 등 다방면으로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규정법상 문자뿐 아니라 누구든지 전송 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 만큼 SNS상 광고 송·수신이나 중개 행위도 규제에 포함될 수 있어 문자와 동일한 안전장치나 신고·이용자 거부 체계 등을 살펴본다는 계획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이 부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 기업 메시징 시장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무분별한 스팸 메시지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며 "친구톡 도입이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스팸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사전 대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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