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출처=스타뉴스DB
스스로를 'NJZ'라고 외쳤던 그들은 결국 '뉴진스'였다. 지난 1년 가까이 치열하게 싸운 결과, 현재까지는 법원이 소속사 어도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문에서 법원은 그들을 '뉴진스'라 칭했다. 아울러 여전히 뉴진스는 하이브 혹은 어도어와 소속 관계가 맞다고 판단했다.
뉴진스에게 가장 뼈아픈 것은, '논리를 잃었다'는 것이다. 그들이 전속 계약 해지 사유로 주장하던 11개 사안 모두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즉 감정적인 주장만 남은 셈이다. 그에 따른 반응은 더 답답하다. 외신을 통해 "이게 한국의 현실"이라고 탓했다. 앞서 "법원이 결정을 존중한다"던 당초 입장과는 다른 모습이다.
21일 서울중앙지법은 어도어가 뉴진스 멤버들을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전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제출된 채무자(뉴진스)의 주장과 자료만으로는 채권자(어도어)가 이 사건의 전속 계약상 중요한 의무를 위반함으로써 그 해지사유가 발생했다거나, 그로 인하여 상호 간의 신뢰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뉴진스 측은 이의 신청 의사를 밝혔다. NJZ 계정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해당 결정은 어도어에 대한 멤버들의 신뢰가 완전히 파탄되었음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결과"라며 승복할 수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여기까지는 수긍할 만한 대응이다. 원치 않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을 때 나오는 일반적인 반론이다. 하지만 이 직후 미국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주장은 안타깝다. 뉴진스는 "K-팝 산업의 문제가 하룻밤 사이에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지금까지 겪은 모든 것과 비교하면 이건 우리 여정의 또 다른 단계일 뿐이다. 아마도 이게 한국의 현재 현실일지도 모른다. 우리에게 변화와 성장이 필요하다고 믿는 이유다. (법원의 결정이) 실망스럽다. 한국이 우리를 혁명가로 만들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K-팝 전체 시장에 대한 부정이자, 한국 법체계에 대한 부정으로 읽힌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혁명가'라는 단어를 썼다. 갑자기 영화 '서울의 봄'의 대사가 떠오른다.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이런 논리라면 적어도 현재까지 뉴진스는 실패했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위는 반역에 가깝다고 느낄 대중이 적잖다. 그런데 '혁명가'라고 주장하는 것에 고개를 끄덕일 이들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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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에 대한 법률적 판단은 김앤장 출신 고상록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고 변호사는 그 동안 뉴진스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번 만은 다르다. 법률가로서 법원 판단에 대한 입장을 보면, 뉴진스의 타임 인터뷰 기사를 공유하며 "우려스럽다. 이제는 꿈에서 깨어날 시간"이라고 꼬집었다.
고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이 나온 직후에 이런 태도를 취한다면, '거짓말을 하고 다른 동료를 공격하며 상대를 악마화하는 방식으로 업계나 회사의 부조리와 맞선다는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처음에는 민희진과 동조하여 모회사를 공격하고 다른 레이블과 그 소속 아티스트를 공격하더니 이제는 산업을 부정하고 끝내는 법원마저 무시하고 한국 전체를 한심한 사회로 몰아넣고 혐한 발언을 내뱉기에 이르렀다면 그 다음에 이들이 설 자리는 어디인가"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 부분은 많은 K-팝 관계자들의 공감을 살 법하다.
"마이클 조던도 NBA보다 위대하지 않고, 뉴턴이나 아인슈타인도 물리학보다 위에 있지 않다. 우리 모두는 선배들이 오랜 시간 노력해서 만들어 온 시스템 위에서 기회를 얻고 살아간다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
뉴진스는 K-팝 시장을 다변화시킨 그룹이지만 동시에 수혜자이기도 하다. 데뷔 때부터 '방탄소년단의 여동생'이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210억 원이라는 거대한 자본의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다. 그들이 우수하지만, K-팝의 선구자라거나 대표주자라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그들은 K-팝 시장 전체가 문제있다는 식으로, 더 나아가 한국의 현실이 문제가 있다고 개탄하고 있다. 오로지 뉴진스의 주장만 옳고, 모두가 그르다는 식이다.
물론 본안 소송에서 판결이 뒤바뀔 수 있다. 뉴진스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뉴진스에게 유리하게 나오는 판단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재 가처분 소송 역시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지난해 5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는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인용 판단을 받았다. 당시 민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저를 믿어주셨던 분들 때문과 우리 버니즈 분들, 사실은 우리 어머님들, 멤버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어제도 저희가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당시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였다. 아울러 21일 어도어가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재판부 역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다. 즉 같은 재판부에서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그 때는 옳고, 지금은 틀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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