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트롯3’이 배출한 ‘남성 트로트’의 새 강자
한치 흔들림없는 음역과 알찬 소리
치고 빠지는 목소리 볼륨 조절 탁월
중저음 톤 만으로도 (이미) 완성된 느낌
남성들 후련하게 하는 전형적인 ‘남성성’ 소리
이제 여성 감성 건드리는 섬세함도 필요
향후 노래의 다양한 ‘확장성’ 기대
손빈아 [사진='미스터트롯3' 공식 유튜브 캡처]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김용빈이 우승하면 '손빈아가 아쉽다' 손빈아가 우승하면 '김용빈이 아쉽다'고 할 만큼 누가 우승해도 아쉬워할 박빙이었다.
결승 현장에 있던 제작진 모두 누가 우승할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것도 '미스터트롯' 사상 처음이며, 해당 전문가(마스터)들이 출연자에게 만점을 준 것도 처음이었다. 이외에 시작부터 숱한 화제를 뿌리며 '미스터트롯' 시즌3이 김용빈(진)-손빈아(선)-천록담(미)으로 대미를 장식했다.
경연의 1위와 2위가 가려졌음에도 여전히 화제가 끊이지 않는 것도 김용빈-손빈아의 역량이 그만큼 막상막하 대단했다는걸 말해준다.
'미스터트롯3' 현장 음악을 총괄한 임현기 음악감독은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 초기부터 음악독으로 활약한 터줏대감이다. 임현기 감독조차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 "마지막까지 누가 '진'이 될지 전혀 감이 오질 않았다"며 "그만큼 치열한 접전이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임현기 감독은 '미스터트롯' 시즌3이 이전 시즌과 차별되는 특장점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 이제 (출연진의) 상향평준화가 확실하게 됐다는 겁니다. 둘째, 천록담의 서사가 시청자들에게 기억에 남게 했다는 거죠. 비록 올하트도 받지 못하고 올라온 천록담이었지만 반전의 연속으로,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를 남다르게 선사한 출연자입니다. 사실 천록담은 우리 스태프들과도 잘 알던 사이였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보고 깜짝 놀랐죠. 왜 트로트를 하는 거지?라고 다들 의아해 했으니까요. 이제 천록담은 트로트 가수라고 해도 될만큼 확실하게 트로트로 굳혀진 것 같아요. 고통의 알(시간)을 깨고 새롭게 거듭난 셈이죠. 셋째는 손빈아, 남승민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시즌1, 2보다 각 출연자의 성장기가 눈에 띄게 돋보였다는 겁니다. 특별한 서사가 있었고 그래서 화제성도 더 남달랐던 게 아닌가 합니다."
미스터트롯3 전문가(마스터) 모두는 교과서적인 가창력의 손빈아에게 감탄해 처음으로 만점을 준 반면 이 프로그램 특성상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시청자들은 김용빈에게 더 많은 점수를 줬다.
놀라운 소리의 파워는 가히 '천하장사'라 해도 좋다. 한치 흔들림 없는 콘트롤과 감성, 그리고 고‧중‧저 모든 음역에서 정확한 피치와 알찬 소리로 파워풀하게 쭉쭉 뻗어 보내는 손빈아의 역량은 감탄할 만했다. 발성 전반을 세밀하게 잘 익힌 모범적인 보컬리스트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손빈아는 '남성 트로트' 장르가 요구하는 모든 걸 두루 갖춘 다크호스였다.
배호의 노래는 중저음, 특히 저음이 쉽지 않다. 고음을 잘 내는 가수들도 삐걱거리는 게 저음이다. 그만큼 저음은 소리가 쉽게 셀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발음과 명확한 소리 연출이 어렵다. 그런데 손빈아는 전혀 무리 없이 이 곡을 소화했다. 매회 선보이는 곡마다 "아니 저런 대단한 가창력의 소유자가 왜 아직 뜨지 못했을까"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손빈아는 이미 완성형 가수였던 것이다. 이만큼 대단한 가수가 전 시즌까지 왜 빛을 보지 못했던 것일까?
이에 대해 임현기 감독은 "손빈아가 시즌 1과 2때 돋보이지 않았던 건 실력 때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우선 팀미션 때 본인이 그 상황(위치)을 잘 캐치하지 못했다. 솔로에서라도 역량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그런 기회를 잡지 못했다. 이처럼 무대에서 본인의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게 패인이었다. 하지만 시즌3에선 첫 회부터 무대를 휘어잡은 것"이라고 했다.
임현기 음악감독은 손빈아의 가창력에 대해 "소리의 장사"라며 "파워풀하면서도 기교도 좋고 감정선도 잘 싣는다"고 평했다. "손빈아가 부르는 다른 장르는 아직 들어보지 못했지만 아마 록을 노래해도 잘할 것 같습니다. 록 뿐 아니라 그 외 여러 다른 장르를 해도 평균 90점 이상은 능히 해낼 수 있는 실력파 가수라고 봅니다."
또한 임현기 감독은 "파워풀하게 락킹하면서도 트로트 감성이 있는 노래에서 특히 돋보이는 '손빈아만의 트로트'가 기대된다"며 "예를 들어 박구윤의 '뿐이고'나 박강성 곡 등을 노래하면 전혀 다른 손빈아만의 색깔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정화예대 실용음악과 김기원 보컬 교수는 백예린, 승관(세븐틴), 케플러, 인피니트, 워너원, 김나영 등등 많은 스타 가수를 보컬 디렉팅/트레이닝했다. 현빈‧손예진 주연의 '사랑의 불시착' OST에 삽입된 송가인 가창의 '내 마음의 사진' 보컬디렉팅도 그가 맡았다. 김기원 교수는 '미스터트롯3' 결승에서 손빈아가 부른 '연모'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손빈아는 중저음의 톤 하나 만으로도 (이미) 완성된 느낌입니다. 그런데 듣다 보면 증후함 속에서도 다양한 리듬을 구사하는 점에 놀라게 됩니다. 곧이어 중저음 톤이라 고음은 잘 못할꺼란 선입견을 바로 깨버렸어요. 벨팅 창법으로 느껴지는 고음은 매우 단단하며 과감합니다. 여차하면 음이 플랫-반음 내리는 것-될 수도 있지만 타고난 피지컬이 모든 위험성을 커버하는 것 같아요. 그런 우려도 마지막 고음에서 샤우팅을 섞어 매우 강하고 시원한 톤을 구사하는 걸 보며 손빈아가 할 수 있는 보컬 스펙트럼에 연이어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동아방송예대 실용음악과 오한승 보컬 주임교수는 시아준수(김준수)를 비롯해 수영(소녀시대), 창민(2AM), 천상지희 등등 많은 스타를 지도했고 동아방송예대 실용음악과에 '보컬디렉팅'과 '보컬스타일링' 과목을 개설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지난 2006년 전임교수가 된 이래 현재까지 많은 제자를 배출하고 있다. 오한승 보컬 주임교수는 손빈아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
"어떤 종류의 오디션 프로이든 '대상' 또는 '진'의 영예는 결국 팬덤의 '확장성'에 있으며 이를 노래의 측면에서 본다면 노래의 확장성입니다. 이것은 다양한 장르에 대한 유연한 적응을 의미하기도 하고 전 연령대와 세대의 공감을 받을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기도 하죠. 이는 임영웅이 가장 잘 증명해 줍니다.
'선'을 차지한 손빈아의 경우 트로트의 느낌과 기교의 전형성이 강한 '남성'의 노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구성진 트로트 벨팅을 잘 눌러주는 창법으로 구사하며, 치고 빠지는 목소리 볼륨 조절을 정말 잘 사용해요. 하지만 이 기술을 조금 더 매끄럽게 비음과 두성으로 연결해 띄워 부르는 기교는 발전할 여지를 아직 남겨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손빈아의 창법은 남자다운 느낌을 강하게 가지고 있어서 남성 팬들의 속을 후련하게 잘 표현해주는 것 같지만, 그 이면에 여성 팬들의 감성을 건드려 주는 섬세함이 다소 아쉬울 수 있다는 점에서 위에 언급한 '확장성'의 한계를 가질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손빈아에 이어 26일(수)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김용빈을 다룰 예정이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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