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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이하나 기자]
래퍼 UMC와 김영대 음악평론가가 가수 휘성이 가요계에 남긴 업적을 돌아봤다.
지난 3월 19일 ‘AMPLIFIED Podcast’ 채널에는 ‘거목, 휘성’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공개됐다.
영상에서 UMC는 “저는 처음에 음악을 관둬야겠다는 생각을 구체화했던 게 휘성과 작업했을 때다. ‘저렇게까지 열심히 해야 한다고?’ 이것도 고정관념인데 제가 대화해 본 최휘성은 노래를 잘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연습해서 원래 가지고 있는 재능이 거의 없는 보컬을 저렇게 만들었다. 그 다음에 기가 죽어서 ‘저렇게 열심히면 난 못하겠다’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만든 사람이 휘성이었다”라고 인연을 공개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목소리를 창조해 냈다. 무에서 만든 보컬이다. 본인이 되고 싶은 목소리를 정말 피나는 연습과 노력을 통해서 만들어냈다. 그것 자체로도 대단하다. 예술을 천재들의 싸움이라고 말하는데, 장기간으로 보면 천재가 살아남는다기 보다는 열정이 있고 열심히 하고 꾸준히 오래하는 사람만 남는다”라고 평했다.
UMC는 “커리어를 돌아보니까 이 시대에 이 정도의 시도를 했던 사람도 드물다. 근데 이 한 사람의 실험이 한국 음악 역사의 흐름을 꽤 많이 바꿔놨다”라고 강조했다.
2집 수록곡 ‘With Me’를 들은 후, UMC는 “힙합과 R&B를 우리나라에 주입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YG엔터와 그 소속 가수들이다. 그 바깥에선 휘성부터 생각나는 게 맞다”라고 말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그때 휘성이 YG와 파트너십이 있었던 회사에 있었다. 제 개인적인 가요 역사, K팝 역사에서 제가 듣고 처음으로 음악을 접하고 충격받은 10번 정도의 순간 중 하나였다. 더 위대한 곡들도 처음에 듣고 충격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근데 휘성의 ‘위드 미’는 너무 놀랐다. ‘이런 게 가능하구나’라고”라 회상했다.
이어 “쉽게 말하면 내가 아는 동생인데 가요계 역사를 뒤바꾸는 곡을 딱 하나 던져놓은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굉장히 독특했다. 내 윗세대를 바라보며 느끼는 동경이나 존경심, 막연한 로망이 아니라 이제는 ‘내 동생 세대들이 우리와 형들이 못하는 걸 해내는구나’ 이런 충격이 정말 짜릿했다”라고 덧붙였다.
UMC를 “당시만 하더라도 PC통신 출신들은 음악에 젖내가 났다. 아무리 못 배워도 저렇게 하면 쓰나라고 했는데 휘성이 그 출신인 줄 몰랐다”라며 “휘성은 김연아 같은 존재다. ‘저 사람이 무슨 토양에서 저런 열매가 피어났지? 근거가 없는데?’ 프로페셔널 커리어를 시작하기 전 휘성은 그 누구의 도움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냥 완전히 혼자 만들었다. 결국은 독학이다. 휘성이 데뷔하기 전 시장을 장악했던 R&B 스타들의 패턴을 정말 독학으로 배웠다”라고 설명했다.
김영대 평론가는 “사실 지금의 K팝 시스템을 운운하는 시장에서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한 가수가 가수로서 천재적인 재능을 타고나지 않은 사람이 그 어떤 보컬을 동경하고 그 보컬들을 소스 삼아서 연습하고, 그래서 어느 경지에 이르고, 우리나라에 토양에서 나올 수 없는 보컬리스트라는 평가하기에 이르기까지는 기적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거들었다.
김영대 평론가는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휘성이 아예 90년대 초반 음악을 시작했다면, 그정도의 압박이 없었을 것 같다. 단순히 스티비 원더, 마이클 잭슨 음악 스타일을 좋아했다면, 어느 정도 타협을 했을 것 같다. 이미 휘성이 꿈을 키우던 시절에는 너무 목을 과하게 쓰는 괴물 보컬들의 향연이 이미 한번 뒤엎고 난 후였다. 여기서 거대한 벽도 느껴야 했을 거다”라고 안타까워했다.
UMC도 “그때 휘성이 안 나왔으면 그만한 가수가 한동안 못 나왔고, SM이나 YG가 추구할 수 있는 어떠한 천장도 매우 낮았을 거다”라고 거들었다.
두 사람은 생전 휘성의 강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거 자신도 다이어트로 고민했다고 밝힌 UMC는 “휘성이 ‘형 저 완전 돼지예요’라고 하는데, 티셔츠를 들어 올렸더니 뼈밖에 없더라. ‘이상한 애네’라는 생각을 하고 앨범 피처링 작업하러 가서, 휘성의 작업 마인드를 접했다. 제가 느끼기에는 늘 내가 못 하고 있다는 강박에 시달렸다”라며 “세상을 다 잡아먹을 것 같은 자신감은 밤이 되면 세상에서 가장 겁 많은 존재로 변화할 수 있다. 그것과 매일 같이 싸우는 거다. 이 힘든 걸 쉬지 않고 버텨온다는 게 인간 최휘성에게 얼마나 큰 불행이 됐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래서 많은 지인이 지켜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거다. 내놓은 작품의 완벽함만큼 딱 괴로워하다가 갔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이에 공감한 김영대 평론가는 “사람들은 대단하다고 하지만 늘 스스로를 부끄러워하고, 뭔가 부족함을 느끼고, 완벽함을 추구하고, 스스로 늘 모자란 존재로 느낀 것 같다. 죽음에 대해 정리가 된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까지도 본인은 (음악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한 것 같다. 물론 세상을 떠났지만, 결국 그렇게 늘 스스로를 모자라고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노력하고 버텨내는 사람들이 결국 각 분야에서 유일하게 살아 남는 사람들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휘성은 지난 3월 10일 서울 광진구 자택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지난 12일 사인 미상이라고 1차 소견을 내놨다. 정확한 사인은 정밀 검사를 통해 확인될 예정이며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2주 가량이 소요될 전망이다.
뉴스엔 이하나 bliss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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