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연구진, 날씨 예측하는 AI 모델 ‘아드바크 웨더’ 개발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미 항공우주국(NASA)
일기예보 하면 으레 슈퍼컴퓨터를 말한다. 날씨와 관련된 다양한 변수를 계산하려면 슈퍼컴퓨터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덕분에 값비싼 슈퍼컴퓨터 없이도 일기예보가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제 저개발 국가들도 데스크탑 컴퓨터로 농수산업에 중요한 일기예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앨런 튜링 연구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 유럽 중기예보센터(ECMWF) 공동 연구진은 AI 기반 날씨 예측 시스템인 ‘아드바크 웨더(Aardvark Weather)’를 개발해 21일 공개했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수치적 날씨 예측(NWP)’이라 불리는 기존의 기상 예보 방식은 전 세계에서 인공위성과 기상관측소, 기상 풍선 등의 데이터를 수집해 복잡한 물리 방정식을 계산한다. 이 과정은 계산량이 방대해 슈퍼컴퓨터가 필요했고, 예보를 하기까지 수 시간에서 수 일씩 걸렸다. 최근 구글과 딥마인드 같은 기업들이 AI를 활용해 기존 방식의 일부 계산을 대체하는 방법을 개발했지만, 전 과정을 AI로 처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아드바크 웨더는 처음으로 인공위성과 기상 관측소, 기상 풍선, 선박, 항공기 등에서 수집된 원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부터 예보 생성까지 모든 과정을 AI로 수행했다. 기존 방식보다 훨씬 빠르고 적은 자원으로도 높은 정확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시스템은 일반 데스크탑 컴퓨터에서도 단 1초 만에 예보를 생성할 수 있다. 연구진은 “기존 방식에 비해 필요한 입력 데이터도 10%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신 NWP 모델과 견줄 만한 정확도를 낼 수 있다”며 “8일 치의 정확한 예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정 지역 단위의 세밀한 예보도 가능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물론 한계도 존재한다. 아드바크 웨더는 지구 표면을 위·경도 1.5도 간격으로 나눈 해상도의 격자 모델을 사용하는 반면, ECMWF의 최신 AI 모델은 0.3도 간격의 훨씬 더 세밀한 격자 모델을 사용한다. 아드바크 웨더는 갑작스러운 국지성 폭우나 복잡한 기상 현상을 포착하는 데에는 다소 불리할 수 있다. 딥마인드가 개발한 ECMWF의 AI 예보 시스템은 슈퍼컴퓨터에서 가동된다.
관측 정보가 많아진다고 이런 문제가 자연히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AI는 대량의 정보를 학습해 스스로 패턴을 터특한다. 하지만 기상 예보 AI는 정보만으로는 안 된다. 여전히 기상 현상을 설명하는 물리 모델이 필요하다. 연구를 이끈 리처드 터너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AI 모델은 결국 기존의 물리 기반 모델로 훈련된 것이라, 관측 데이터만으로 훈련하는 방식은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터너 교수는 “향후 기상학자들이 더욱 정밀한 물리 모델을 개발하면, 이를 AI에 학습시켜 더 빠르고 효율적인 예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며 “아프리카 농업을 위한 지역 맞춤형 기온 예측이나 유럽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풍속 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참고 자료
Nature(2025),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5-088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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