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용 PC부터 프린터까지 AI 적용
AI가 게임 코칭, 출력 전 복잡한 내용 요약해 제안
업계 최다 AI PC 라인업… “40개 언어 실시간 번역”
“모든 제품군에 엣지 AI 적용 속도”
18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HP 앰플리파이 콘퍼런스 2025'에서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가 소개한 HP AI로 작동하는 가상 회의실./내슈빌=최지희 기자
“내가 말할 때 부장 반응이 어떤지 체크해줘.”
회사 상사와의 화상회의 직전, PC 인공지능(AI) 시스템에 명령하면 PC가 알아서 상사의 표정과 행동을 분석해 피드백을 준다.
“지금 부장이 당신의 말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요. 좀 더 천천히, 더 크게 말하세요.”
이 같은 피드백을 받고 말하는 방식을 바꾸자 PC가 “이제 상사가 당신의 말에 반응하면서 무슨 말을 하려는 지 이해하고 있어요”라고 말한다. 회의실에는 스피커와 카메라 여러 대가 있지만, PC와 회의실 자체가 연결돼 화상회의를 할 때마다 자동으로 가장 적합한 장비에 연결된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는 18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HP 앰플리파이 콘퍼런스 2025’에 참석해 ‘엣지 AI’(대형 컴퓨터가 아닌 개인이 사용하는 기기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AI) 전략을 앞세워 모든 기기를 연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위 사례는 현재 HP가 개발 중인 기술로, PC뿐만 아니라 HP의 모든 제품에 엣지 AI를 적용해 연결한 뒤 기기들이 사용자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로레스 CEO는 “딥시크 같은 저비용·고성능 AI 모델의 등장으로 이제 클라우드에 연결되지 않아도 기기 자체에서 AI를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HP의 모든 제품 내에서 거대언어모델(LLM)을 자체적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HP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기기에서 AI 데이터를 처리하면 클라우드에 데이터가 저장되지 않아 보안이 강화되는 동시에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빠르게 AI를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HP는 자체 AI 지원 시스템인 ‘AI 컴패니언’을 보유하고 있어 생성형 AI 챗봇 등을 기기 자체에서 활용할 수 있다.
엔리케 로레스 HP 최고경영자(CEO)가 18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HP 앰플리파이 콘퍼런스 2025'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HP
◇ 게임용 PC, 프린터 등에도 AI 탑재
HP가 협력사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앰플리파이 행사를 전 세계 HP 고객사와 소매업체를 초청, 80개 이상의 제품과 서비스를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앰플리파이 2025에는 미국 외에도 유럽, 남미, 일본, 한국 등 다국적 IT업계 종사자와 미디어·애널리스트 2000여명이 참석해 HP의 사업 비전을 공유하고 AI 신제품을 체험했다.
이번 행사에서 HP는 현재 판매 중인 노트북, 컴퓨터, 프린터, 워크스테이션, 게이밍 PC 등 모든 제품군에 엣지 AI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가령 프린터 신제품은 복잡한 웹사이트 화면을 출력할 때, AI가 핵심 내용만 뽑아 프린트하는 옵션을 제공한다.
알렉스 조 HP 퍼스널시스템 총괄 사장이 18일(현지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HP 앰플리파이 콘퍼런스 2025'에서 세계 최대 AI PC 포트폴리오를 발표하고 있다./HP
게임용 PC에도 AI가 대대적으로 적용됐다. 게임 방법을 몰라도 AI가 과외 선생처럼 코칭을 해준다. 또한 HP 게임 플랫폼에서 수집한 수억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게임에 맞춰 장치와 운영 체제 설정부터 수백가지에 걸친 게임 내 설정을 AI가 자동으로 최적화해준다.
지난해 처음 선보인 AI PC 라인업은 올해 업계 최대 규모로 확대됐다. HP에서 AI PC 경험 사업을 맡고 있는 알렉산더 태처 시니어 디렉터는 “HP의 대표적인 기업용 노트북인 엘리트북8은 AI 설계를 위해 완전히 뜯어 고쳐져 새로운 AI PC로 탈바꿈했다”며 “최대 50 TOPS(1초당 50조번의 연산 능력)의 신경망처리장치(NPU)를 적용해 전력 효율이 2배 개선됐고 AI 이미지 생성 속도는 43배 빨라졌다”고 말했다. 이 노트북에서는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아도 40개 언어로 실시간 번역을 할 수 있다.
18일(현지시각) 미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HP 앰플리파이 콘퍼런스 2025' 데모룸에서 HP의 AI 소프트웨어 'AI 컴패니언' 챗봇이 작동하고 있는 모습./내슈빌=최지희 기자
◇ “기업 생존 위해 AI와 지정학적 변화에 민첩 대응해야”
로레스 CEO는 HP가 AI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제품 개발 방식을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것이 AI로 연결되는 시대엔 개별 카테고리 사업에만 집중해선 안되고 전체 포트폴리오를 중점에 두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며 “HP는 PC, 프린터 등 어떤 기기에서든 일관된 AI 사용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제품 개발 단계부터 변화를 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망 다변화도 HP의 생존 전략이다. 로레스 CEO는 “지정학적 변화는 AI에 비견할 정도로 업계에 폭풍을 일으키고 있다”며 오랫동안 공고했던 세계화 모델이 무너지고 지역화 모델로 전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HP는 일찌감치 중국에서 멕시코,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등으로 생산 거점을 옮겼으며, 현재 미국에서도 생산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로레스 CEO는 “HP는 공급망 다변화 작업을 3년 전부터 시작해 경쟁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앞으로 기업들은 특정 지역의 요구에 맞게 지역적으로 설계된 생산 모델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