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도 불사…노사갈등 재점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9일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카카오의 콘텐츠CIC 분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사진=비즈워치
최근 비상경영 체제에 겨우 마침표를 찍은 카카오가 노사갈등으로 또다시 난기류에 휩싸였다. 카카오가 포털사이트 '다음'을 운영하는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를 분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부터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분사·매각을 중단하라면서 강경하게 반대하고, 단식농성을 비롯한 투쟁에 나섰다.
노조 "준비 없는 무분별한 분사"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는 19일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카카오의 콘텐츠CIC 분사를 반대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카카오의 콘텐츠CIC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에서 분사추진 사실을 알렸다. 카카오가 지난 2014년 다음 운영사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약 11년 만이다.
노조는 이번 결정이 사실상 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나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또 카카오커머스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등 수많은 분사·매각사례와 마찬가지로 콘텐츠CIC도 고용불안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노조에 따르면 다음 서비스 관련 인력, 검색 CIC나 디케이테크인 등 계열법인 내 관련 대상자를 포함한 인원은 약 800명에 달한다.
서승욱 카카오지회장은 "카카오는 한 번도 제대로 분사를 완료한 적이 없었다. 카카오의 위기는 준비 없는 무분별한 분사로부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매각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카카오의 주장에 대해서는 "카카오는 대부분의 분사한 기업을 사모펀드를 통해 매각을 진행했다. 어떤 방식으로도 충분히 매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승욱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장이 19일 본사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진=비즈워치
경영진 못 믿겠다…단식농성 돌입
넥슨노조 '스타팅포인트'를 이끌고 있는 배수찬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장은 고객정보의 관리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다음을 매각할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다음 계정은 카카오와 통합되어 있다.
배 지부장은 "어려운 계약이며 고도의 경영 전략과 비전이 필요한데 카카오 경영진이 그렇게 유능하다고 보지 않는다"면서 "최근 몇년간 카카오가 중간이라도 갔다는 걸 들어본 기억이 없는데 경영진의 실력을 믿고 분사에 동의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오치훈 크루유니온 조합원은 이미 분사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사례를 들어 리더와 직원의 리스크가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오 조합원은 "카카오의 분사는 일단 저지르고 수습하는 형태"라면서 "크루유니온은 책임감 있고 신중한 분사를 결정하게 만들고, 크루들의 권리가 최대한 보장받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크루유니온은 임금단체협약 또한 장기 교착상태다. 현재 카카오는 9개 법인에서 임단협 협상을 진행 중인데, 정기주주총회 전날인 오는 25일까지 진전이 없을 경우 일괄 결렬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정오부터 조합원 300명과 콘텐츠 CIC 분사 반대 집회를 열고 사측의 답변을 요구했다. 서 지회장은 이날 오후부터 카카오아지트 3층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경영쇄신 뭐 했나"…노사 갈등 재점화
카카오는 최근 몇년간 계열사 구조조정과 경영진 교체 여부 등을 두고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는 노사 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노조 설립 후 처음으로 단체협약이 결렬되기도 했다.
단식농성에 돌입한 서 지회장은 김범수 창업자가 최근 마무리지은 '경영쇄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 지회장은 "경영쇄신이 완료된 것처럼 말하지만 내부에선 무엇이 바뀐 건지 알 수가 없다"면서 "경영쇄신 활동을 뭘 했는지라도 이야기해야 할 텐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 2023년 사법리스크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를 바로잡겠다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경영쇄신에 나섰다. 그러나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하면서 경영쇄신위원회 활동이 종료됐다.
카카오 관계자는 "콘텐츠CIC 분사는 이제 막 준비를 시작한 단계로 분사 법인으로의 이동에 대한 선택권은 각 크루에게 있다"면서 "앞으로도 크루유니온을 포함한 임직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최선의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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