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만에 재개봉 강제규 감독
“마치 집 나간 자식 찾은 기분”
“깊은 지하에 숨어 있던 영화죠.”
한국 영화사의 분기점으로 꼽히는 ‘쉬리’ 재개봉을 하루 앞두고 강제규(사진) 감독은 “집 나간 자식을 찾은 기분”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18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한 강 감독은 “이 작품이 정식으로 개봉된 지 26년”이라며 “극적으로, 영화 상영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재개봉 소회를 전했다.
‘쉬리’는 한국 영화 최초로 20억 원 이상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이다. 배우 한석규·최민식·김윤진·송강호 등의 출세작이자, 개봉 당시를 기준으로 역대 한국 영화 중 최고 흥행작(약 620만 관객)이었다. 국가정보원이 그 내부 첩자와 남파 북한 간첩, 북한군 대장 등과 뒤엉키면서 벌어지는 첩보물로서 평단과 관객에게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강 감독은 이 작품 촬영 당시의 뒷얘기도 털어놨다. 서울 잠실동 서울올림픽주경기장에서의 촬영 허가를 대한축구협회가 내주지 않자, 언론사 취재진으로 ‘위장’하고 경기장으로 들어갔다는 것이다. 강 감독은 크게 웃으며 “한석규 씨하고 같이 화장실에 몰래 숨어 있다가 나왔다”며 “마치 007 작전 같은, 거짓말 같은 현실이었다”고 돌이켰다.
강 감독은 ‘쉬리’ 속편 구상도 내놨다. 그는 “일본에서도 성공(100만 관객 이상)했고 속편 제안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어떻게 하면 관객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작가와 함께 2년째 (시나리오를) 만지고 있다”고 했다. 강 감독은 “‘탑건’은 30년이 지나서도 속편이 나왔다면서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해 고화질로 감상할 수 있는 ‘쉬리’는 19일부터 다시 관객을 만난다.
서종민 기자 rashom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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