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카이랄 나노 페인트 개발
물질구조 같아도 거울상처럼 두 종류 가능
골고루 구성해 신체 약물흡수 효율 높여
'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을 개발한 염지현(왼쪽)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논문 제1저자 정욱진 연구원. 사진 제공=KAIST
[서울경제]
약물의 분자구조를 좌우 반전시켜 효능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이 기술은 항암 치료제는 기존보다 4배, 코로나19 치료제는 2배 이상 관련 효과를 개선하며 다양한 바이오 나노 신약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염지현 신소재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바이오 나노 소재의 표면에 카이랄성을 부여할 수 있는 ‘카이랄 나노 페인트’ 기술을 최초로 개발하고 정현정 생명과학과 교수와 함께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전달하는 지질전달체(LNP) 표면에도 해당 기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ACS 나노’와 ‘ACS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앤 인터페이스’에 각각 최근 게재됐다.
물질은 같은 분자 구조를 갖더라도 좌우가 서로 반대인 두 가지 형태를 취할 수 있다. 마치 물체가 거울에 비친 모습과 서로 좌우가 다르면서도 구조는 같은 관계다. 약물도 한 가지 형태로만 구성되는 것보다 좌우 대칭의 두 형태로 골고루 구성될 경우 신체가 더 효율적인 형태를 골라서 흡수하는 ‘카이랄 선택성’ 덕분에 효능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약물에 이 같은 카이랄성을 부여하는 기술이 바이오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일부 저분자 약물에만 적용되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의 ‘카이랄 나노 페인트’는 약물을 이루는 나노 소재에 카이랄성을 부여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10nm 크기의 나노 입자부터 수μm 크기의 비교적 큰 입자까지 다양한 소재에 카이랄성을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카이랄 나노 페인트를 적용한 나노 입자로 종양을 괴사시키는 항암 치료 실험에서 기존보다 4배 이상 향상된 치료 효과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또 코로나19 mRNA 치료제를 전달하는 캡슐인 LNP에도 카이랄 나노 페인트를 도입한 결과 mRNA가 세포 안에서 발현되는 정도가 2배 이상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mRNA는 세포 내부까지 무사히 전달돼야 치료 효능을 볼 수 있는데 이를 전달하는 LNP의 성능을 카이랄성 부여를 통해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염 교수는 바이오 나노 소재의 성능을 크게 향상시키고 다양한 크기 및 모양을 가진 혁신적 나노 소재 합성 방법론을 제시했다”며 “카이랄 나노 소재를 활용해 암, 코로나 등 다양한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부터 진단 및 치료하는 차세대 바이오 플랫폼 개발 및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