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이 18일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인터뷰하고 있다. 인천공항 | 연합뉴스
배드민턴 최고 권위 대회 전영오픈까지 제패한 ‘셔틀콕 여제’ 안세영(삼성생명)이 밝은 미소와 함께 귀국했다. 안세영은 아직 전성기가 아니라며 앞으로 더욱 뛰어난 활약을 예고했다.
배드민턴 여자 단식 세계랭킹 1위 안세영은 1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돌아왔다. 안세영은 17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린 2025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전영오픈(슈퍼1000) 여자 단식 결승에서 왕즈이(2위·중국)와 1시간35분 혈투 끝에 2-1(13-21 21-18 21-18) 역전승을 거두고 2년 만에 전영오픈 정상에 올랐다.
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은 올해 들어 20연승을 이어가는 한편 말레이시아오픈, 인도오픈, 오를레앙 마스터스에 전영오픈까지 올해 참가한 4개 대회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귀국 후 취재진과 만난 안세영은 “2년 전에는 우승할지 몰랐는데 우승을 했다면, 이번에는 내가 마음먹은 대로 하면 충분히 (우승)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자신 있게 했다”며 “자신감이 찬 만큼 왕관 세리머니가 하고 싶었다. 영국인 만큼 ‘퀸’처럼 한번 해봤다”고 말했다.
오를레앙 마스터스까지 가볍게 우승을 차지한 안세영이었지만, 전영오픈에서는 만만치 않은 대진표를 받아들어 험난한 길을 걸었다. 안세영은 “처음에 대진을 보고 이게 맞나 싶었다”며 “어차피 다 이겨야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이 또한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하루하루, 한 게임만 생각하며 나아갔던 것 같다”고 말했다.안세영이 17일 전영오픈 여자단식 우승을 확정한 뒤 포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뜻하지 않은 변수도 있었다. ‘숙적’ 야마구치 아카네(일본)와의 4강전 2세트 도중 허벅지에 통증을 느낀 것이다. 이후 오른쪽 허벅지 근육에도 무리가 간 안세영은 그럼에도 결승전에서 왕즈이와 1시간35분의 대혈투를 펼쳤고, 끝내 값진 우승을 차지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여기에 결승전 직후에는 독감까지 걸렸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안세영은 “(야마구치와 경기 도중) 갑자기 왼쪽 다리에 쥐가 올라와서 힘들었는데 포기하지 않았더니 더 멋진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회 도중 약간의 불찰로 감기에 걸려서 호흡도 힘들었고 몸 상태가 잘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잘 이겨내고 좋은 결과를 가져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안세영과 왕즈이의 결승전은 전영오픈 역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명승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세트 6-6에서 무려 79번의 랠리 끝에 안세영이 포인트를 따낸 장면은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안세영은 그 상황을 회상하면서 “정말 수많은 감정이 오갔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다. 한 발만 더 가면 될 것 같기도 했다”며 “숨도 참아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그 긴 랠리를 잡아낸 게 정말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이어 “(왕즈이에게) ‘다음에는 이렇게 긴 랠리를 하지 말자. 너무 힘들다’고 재미있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전영오픈 우승으로 안세영은 올해 20연승에 국제대회 4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적수가 없음을 만천하에 알렸다. 지금이 전성기라고 평가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아 보인다.안세영이 17일 전영오픈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안세영은 이 평가에 “앞으로 보여드릴게 더 많다”며 고개를 저었다. 극찬을 받은 왕즈이와 결승전에 대해서도 “70~80점 정도인 것 같다. 앞으로 다시는 나오지 않을 정도의 경기는 아니었다”며 “모든 선수들이 가진 각기 다른 장점을 다 흡수하고 싶다. 그들의 모든 플레이와 샷이 내게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끝없는 향상심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자신을 향해 고트(GOAT·Greatest Of All Time) 칭호가 붙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영광스럽기도 하고 자신이 더 자랑스럽기도 하다. 그런 말들이 내게 더 동기부여가 된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지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제 안세영의 시선은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향한다. 다음달 8일 중국 닝보에서 열리는 아시아개인배드민턴선수권대회만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수 있다.
안세영은 “다른 대회보다 성적이 잘 안났던 대회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하겠다”며 “그랜드슬램이라는 목표가 이제 큰 의미가 있나 싶다. 그냥 재미있게 경기하고 싶다”고 말했다.안세영이 17일 전영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왕관을 쓰는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